[엄상익의 촌철] 두 교주 이야기···”누가 예수를 닮았을까?”
예수는 어떤 존재일까. 화려한 대형 건축물 속에 모셔져 칭송받는 예수는 참예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사십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독특한 두 거물을 봤다. 얼핏 보면 둘 다 컬트 집단의 교주였다. 그런데 전혀 달랐다.
그중 한 사람은 충주에서 사진관과 시계방을 하던 청년이었다. 그곳에 ‘태극도’라는 종교가 퍼지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거기서 말하는 개벽의 교리를 듣고 신도가 됐다. 그는 공부하면서 개벽사상의 이론을 재정립했다. 그는 교리뿐 아니라 협동상회를 만들어 신도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종단에 분규가 생기자 그는 그곳에서 나와 새로운 종교단체를 설립했다. 교세가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수많은 신도가 몰려들었다. 그는 단체에 들어오는 돈의 상당 부분을 사회의 그늘진 곳에 기부하고 나머지로는 대학과 고등학교를 만들고 병원을 설립했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 그는 평생을 소박하게 살았다. 그러면서도 170만명이 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절대자였다. 지도자로 있는 동안에 교단에 문제가 생긴 적도 없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기 명의로 땅 한 평이나 통장하나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죽어 자기가 만든 동해안의 한 도장에 묻혔다. 그는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몇 벌의 검정색 낡은 양복만 남겼을 뿐이다. 무소유와 겸손으로 일관했던 그를 신도들은 지금 신으로 모시고 있었다.
혹시나 그들이 만든 신화가 아닐까 의심해서 그를 생전에 대했던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았다. 나의 이모 부부가 시장통에서 닭 장사를 하다가 그 종교단체에 들어가 평생을 보냈다. 이모에게 죽은 그 종교지도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분은 대학도 설립하고 사회에 기부도 많이 했으니까 세상이 그냥 두지 않으려고 했지. 언론에서 어떻게든지 인터뷰를 하려고 했어. 그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 번도 외부에 자신을 공개하지 않았어. 내부에서도 높은 사람처럼 행동한 적이 없으셔. 대학의 건물이나 도장을 우리가 합심해서 건축했지. 그분은 매일 같이 함께 하셨어. 밥도 함바에서 같이 먹었어. 김치나 콩나물을 젓가락으로 집어 일하는 사람들 앞에 놓아주셨지. 그런 분이었어.”
그는 이 세상에 왔다가 간 진인(眞人)이었다. 세상은 지금도 그를 모른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컬트 집단의 음흉한 교주로 오해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또 다른 집단 교주를 관찰한 적이 있다. 그는 산속에서 기도하면서 성경만 천 번을 읽었다고 했다. 어느 겨울 눈 덮인 산 정상의 바위굴에서 기도하던 그에게 허공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내가 너를 높이 들어 올리리라.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네가 있는 이 산으로 너를 경배하러 오는 사람들이 그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세상의 여자들을 외로웠던 너에게 모두 부치리라.’
접신을 했던 그는 산에서 내려와 포교를 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허공에서 어떤 존재가 그에게 말한 대로 수십만의 신도들이 생겼다.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사람들이 그를 경배하러 왔다.
그가 기도하던 산 아래 넓은 터에 그의 궁전이 생기고 그는 신비 속의 왕같이 됐다. 장군과 검사, 교수들이 그의 앞에서 절을 하면서 신으로 받들었다. 그는 많은 여신도들을 자신의 궁녀로 만들어 시중들게 했다. 엄청난 돈이 폭포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가 숨을 한번 불어넣은 물이 병에 담겨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 그의 몸을 만져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살아있는 신이었다.
나는 그를 강간죄로 고소하고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감옥 안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돋보기를 쓰고 자기의 공소장을 찬찬히 읽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었다. 과대망상의 미치광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예수를 믿어왔다. 예수는 어떤 존재일까. 화려한 대형 건축물 속에 모셔져 칭송받는 예수는 참예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이 세상이 동경하는 이상적인 인물에 예수의 이름을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 예수는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다. 평민 중의 평민이 된 것이다.
예수는 지금도 머리를 둘 자리조차 불편한 집에 계실지도 모른다. 위대함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미미하고 작은 것을 사랑하기에 위대한 게 아닐까. 두 교주 중 누가 예수를 닮았을까. 나는 작기 때문에 크고, 나타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숨겨진 그런 예수의 제자가 되고 싶다.
The only one whom I wanted in this miserable world. Yes, we desire this kind of Christian to tell us a justice and righteousness openly through his lawyer’s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