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나를 내려놓으니 라오스 야구가 올라가더라”

라오스 유소년 야구선수들과 이만수 감독(둘째줄 가운데)

라오스 야구국가대표팀이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5월 5일 한국에 입국한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도움으로 5월 5~14일 야구 명가 강릉고교에 캠프를 마련한다. 짧은 기간 동안 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전과 달리 별다른 계획이나 행사 없이 오로지 훈련과 시합을 소화하는 일정을 잡았다. 비록 기간은 짧지만 부족한 전술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둔 연습과 실전 시합을 통해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오스 야구와 함께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처음 라오스의 척박한 땅을 밟았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감히 인생 2막이라고 생각될 만큼 야구인으로서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었고, 삶에서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2014년 11월 12일 처음 라오스에 들어갔을 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너무나도 거리가 먼 라오스. 최빈국에 속하는 이 척박한 땅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누구나 말하듯 무모한 것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찼던 그 때,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선택했던 것은 고민과 생각보다는 실천과 행동이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삶을 살아왔던 인생 1막을 버티게 해준 “Never ever give up”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10년이었다.

지금 라오스에서는 야구가 하나의 문화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네에서 끼리끼리 야구를 하는 학생들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맨발과 슬리퍼로 야구대표팀 선발에 참가했던 그들은 지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였고, 이제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을 기대해 볼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기적같은 일이다.

지난 50년 야구선수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오로지 한길을 달려온 숨가쁜 내 야구 인생에 라오스는 크나큰 선물이었다.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선택한 낯선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10년의 시간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야구를 통해 라오스의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삶 속에서 야구가 소중한 한 단어로 자리 잡게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이 모든 일들은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었다.

수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고, 많은 기부자들의 아낌없는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라오스 야구의 처음을 함께 시작했던 스태프들의 댓가 없는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라오스는 꿈에도 생각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들의 사랑과 헌신, 열정이 한 국가에 야구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라오스의 많은 세대들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젊은이들이 꿈과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제 어려운 결정을 하려고 한다. ‘내려놓음’이다. 그들과 함께 했던 동행에서 한발 물러서서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려고 한다. 라오스 야구는 스태프들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 나가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해왔다. 내려놓음은 단절과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동행을 의미하기에 그들을 믿고 내 직분의 책임감과 무게를 스태프들에게 나누려고 한다.

라오스 야구단 구단주 임재원, 야구단의 중심을 잡아줄 조경원 단장, 홍보와 재정, 운영을 담당할 김상욱 전무, 라오스 야구단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며 향후 야구를 넘어 라오스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할 제인내 대표까지···. 이들은 훌륭하게 라오스 야구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라오스 야구를 돕고 그들과 함께 동행할 것이다.

야구의 불모지 라오스에서 시작한 인도차이나반도 야구 전파는 이제 베트남이다. 젊은 에너지가 숨 쉬는 베트남에서 라오스와 같이 야구문화가 정착되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내 발걸음은 그 곳으로 향한다.

베트남 박항서 축구감독을 일약 최고의 스포츠 지도자로 만든 스즈키컵 축구대회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대회를 보며 야구인으로서 한국이 주최가 된 동남아시아 야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꿈꿔 보았다. 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도 안다. 불가능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인도차이나반도 야구전파 2막 ‘00컵 동남아시아 야구대회’가 한국에 알려질 그 날을 목표로 달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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