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18] ‘천사들의 경배’···아기 예수 탄생을 온마음으로

Charles-Andre van Loo의 천사들의 경배'(The Adoration of Angels, L’adoration des anges), 1751, 304 x 196 cm or 119, Musée des Beaux-Arts de Brest, Britanny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서양 회화를 중심으로 관련 그림들 역시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속에는 정해진 주제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수태고지(受胎告知)’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방박사의 경배’ ‘목동들의 경배’ 등을 담은 그림들이 나타나는데 올해에는 특히 ‘예수 탄생을 목동들에게 알리는 천사’와 ‘천사들의 경배’와 같은 성화들이 보인다.

이중 ‘예수 탄생을 목동들에게 알리는 천사’는 지금 그림과 별도로 다시 소개할 예정이다.

보고 있는 작품 ‘천사들의 경배’와 같은 작품은 역사가 꽤 깊어 보인다. 즉 ‘천사(angel)’의 개념을 기독교에서만이 아닌,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유대교에서도 언급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천사들의 경배(Adoration of Angel)’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천사들의 숭배(Worship of Angels)’라는 개념이었고 그런 개념은 어쩌면 기독교에서 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어 아겔로스(aggelos)에서 비롯된 천사(天使)는 일종의 매개자(messenger) 또는 제우스신에 해당하는 가장 높은(Most High) 신 힙시스토스(Hypsistos)를 추종하는 한 종교에서 그들 신이 그룹을 지어 땅으로 내려오는 존재로 만들어 신격화했다고 한다. 이는 당연히 비기독교적이면서 헬레니즘적 유대교(Judaism)의 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련된 종교의식의 잔재는 지금의 터키 땅인 소아시아 반도, 특히 현재의 카파도키아(Cappadocia) 지역에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다고 한다.

예수를 비롯하여 그의 사도와 마리아 등을 그린 기독교 그림은 담긴 의도와 신앙심 등으로 내용을 우선하는 까닭에 형식을 따지는 일은 어쩌면 불경스러워 비난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냉정하게 말하여 구성, 구도 등을 살펴볼 때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무척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그중에서 형식적으로 보아 잘 된 것 찾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동방박사의 경배’ 같은 주제 역시 르네상스 이후 무척 많은 작가가 그렸지만, 피터 브뤼헬 엘더의 작품(Pieter Bruegel the Elder, The Adoration of the Magi in the snow, Villa am Römerholz, Winterthur)이, 그리고 ‘목동들의 경배’는 조르지오네(Giorgoine, Adoration of the Shepherds,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의 작품 정도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을 정도로 예술적이자 감동적이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은 천사의 경배라는 흔치 않은 주제와 더불어 형식적으로 무리 없이, 상황에 맞게 아름답게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화면은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를 연결하는 사선(斜線) 구도이지만 오른편 아래쪽에 앉아있는 천사들로 인하여 꽤 안정적 구성을 보인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왼편 중심에 앉은 마리아에 시선이 옮아가는데 이는 그녀의 주위를 강조한 후광도 효과이기도 하다.

화면은 어딘가 빈한하게 묘사한 위의 오른편과 아래쪽의 말구유 모습 역시 돌아보게 만든다. 마구들을 자세히 묘사했지만 그리 시선이 집중되지 않은 것은 위쪽 공간이 뒤로 사라지는 듯한 생략 때문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공간에는 또 다른 천사들이 하나의 상징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나이 많은 요셉은 그들을 쳐다보면서 자신이 곧 올라갈 하늘나라를 우러러보고 있는 듯하다.

샤를-앙드레 반 루(Charles-Andre van Loo, 1705~1765)는 프랑스 루이 15세(Louis XV)의 첫 번째 궁정화가로 찬란했던 로코코 시기의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온 화가 루이-아브라함 반 루의 아들이었고, 할아버지는 자콥 반 루였으며 형 장-밥티스트 반 루 역시 화가였다. 그들 중에서 가장 크게 알려진 사람이 바로 샤를-앙드레였다.

프랑스 남부 니스(Nice) 출생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실력을 알렸고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로부터 최고의 화가라는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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