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O? 최고탄소책임자!···부동산개발 ‘하인즈’ 마이클 이조 임명

탄소배출 감소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키워드가 연일 미디어의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E(환경)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의제는 단연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 상태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zation)’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넷제로(net zero)’라고도 불리는 이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흥미롭게도 흑백 화면으로 송출되었다. 컬러 영상에 비해 데이터 소모량이 훨씬 적은 흑백 화면을 활용해 디지털 탄소발자국(digital carbon footprint)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형태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2050년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00개가 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의 목표 달성 시점으로 삼고 있는 해다. 독일과 스웨덴은 이보다 5년이 빠르고, 핀란드는 15년 빠른 2035년을 목표로 설정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2070년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참고로 중국은 세계 1위의 탄소 배출 국가다.

이처럼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 화두이며, 1~2년 반짝하고 없어질 얄팍한 신조어가 아니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 지금, 민(民)도 관(官) 못지않게 이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운용자산(AUM, Assets Under Management)이 836억 달러(약 9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정상급 부동산개발업체 하인즈(Hines)가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과도 여러 형태로 협업해온 바 있는 이 회사는 최근 ‘최고탄소책임자(CCO, Chief Carbon Officer)’라는 이색적인 직책을 신설했다. CEO(최고경영자) 외에 CFO(최고재무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정도는 익히 들어봤는데, CCO는 확실히 생경하다. CCO가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지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탄소’를 정면에 내세운 직책은 이례적이다.

CCO라는 자리에는 부동산 및 건축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에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건축환경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에너지 약 38%에 대해 책임이 있다.

하인즈의 CCO로 임명된 마이클 이조(Michael Izzo)

하인즈 CCO로 임명된 마이클 이조

하인즈의 CCO로 임명된 마이클 이조(Michael Izzo)의 주된 역할은 건물의 탈탄소화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인즈의 탄소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수백 가지의 개발프로젝트에 유기적으로 적용하는 과업이다.

그의 말마따나 부동산은 ‘장기 게임(long game)’의 성격을 갖는다. 현재 건설 중인 건물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 주위에 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우선 난방·냉방·전력수요 등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빌딩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저탄소 자재를 활용한 친환경 공법도 더욱 정교하게 발달시켜야 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시공 프로세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탄소 저감의 양(量)을 측정할 수 있어야 개선 및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데이터 집계 및 분석 기능 역시 하루 빨리 고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고탄소책임자(CCO)가 존재하는 하인즈는 또 다른 의미에서 ‘그레이트 컴퍼니’가 됐다. 다른 회사, 다른 업계에도 긍정적 자극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자리가 만들어지면, 막강한 권한도 부여되지만 무거운 책임감도 수반된다. ‘책임감’에 방점을 찍고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묵묵히 ‘권한’을 행사하는 CCO의 출현이 반갑다.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시계는 지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인즈뿐 아니라 우리 기업에서도 CCO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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