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근원과 이봉상·류경채 등 추상화가 7인의 메시지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K-컬처’가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먼저 얻고 기반을 차근하게 다진 후 해외시장으로 넘어갔던 과거와 달리, 지금 K-컬처는 국내외 팬들과 동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K-아트’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정에 기인한 반사 이익의 측면도 분명 부인하기 어렵지만, 서울도 그간 자체적으로 ‘문화 메카’로서의 매력과 시장성을 꾸준히 키워왔다. 지난해 10월 개최됐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서울’에서는 닷새간 약 650억원 어치의 작품이 거래됐다. 개장 첫날에만 약 350억원 어치의 미술품이 팔렸다.
아울러 미국 뉴욕의 투팜스(Two Palms)와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 등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서울 분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영국의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릴 계획이다.
한국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분명 달라지고 있다. 이 흐름, 판세를 잘 읽어야 할 터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세기 한국 추상화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렸다.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 한국 추상화가 7인>이다.
7인은 이봉상(1916~1970),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다.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의 후배 세대 작가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 미학, 조형예술디자인학 등을 수학하고 40년 가까이 미술 전문 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어온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 김복기 대표(경기대 교수)가 이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았다. 1960년대생인 김 대표가 아버지 혹은 큰아버지뻘 되는 선배 미술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선배’라는 말이 영 틀리지 않은 것이, 김복기 대표는 하인두와 이남규의 서울대 미대 후배이다. 류경채는 참고로 서울대 미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간 K-아트의 선봉에 섰던 것은 단색화였다. 하지만 한국 현대미술의 저력이 단색화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적 양식을 묵묵히 발전시켜온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또한 재조명되어야 마땅하다.
서양 미술의 분류체계와 조형문법으로는 설명력에 한계가 있기에 그 ‘에이도스(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운위되는 존재사물의 본질을 의미)’를 찾아 나서기 위한 보다 높은 수준의 고민과 담론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김복기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추상이라는 형식과 구조에다 모국주의(vernacularism)적 표현 내용과 정신, 시대 상황까지는 공시적 통시적으로 들춰보아야 한다.”
다시 K-컬처, K-아트 이야기로 돌아오자.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성공 그 자체보다는 성공 ‘이후’이다. 단발성 흥행이 아닌 콘텐츠의 지속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K-아트도 마찬가지다. 단색화 ‘이후’ 우리가 세계 미술시장에 내놓아야 할 무기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