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투자의 미래 ESG>···이기적인 투자자의 이타적인 투자법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올해 경제계를 사로잡았던 주요 키워드를 뽑으라면 ‘ESG’가 아닐까?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말 그대로 ‘열풍’을 일으켰다. 유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금융사는 앞다투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만들었고,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ESG 전담 부서를 두는 기업이 증가하는가 하면,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ESG 내재화’를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여러 형태로 고안되었다.
한데 ESG라는 개념 자체의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ESG 전문가의 풀도 그만큼 한정적이었다. 환경공학 전공자를 찾는 기업이 갑자기 많아졌고,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은 PR 전문가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 능하다는 측면에서 ESG 업무를 성공적으로 겸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이슈로 상법 전문가들의 주가가 상승했으며, 글로벌 NGO 출신 인력들이 대기업과 컨설팅사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ESG를 주제로 한 책도 올해 여러 권 출간됐다. ESG를 더 깊게 파고 들려는 독자 수요가 반영된 현상일 것이다. ESG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영역의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그간 운위됐던 ESG는 다소 범박한 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ESG라는 담론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개론서 성격의 기존 도서들이 기여한 면도 작지는 않다.
ESG를 ‘투자’라는 렌즈로 조망한 책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SG는 단순히 ‘착한 기업’이 되자는 앙가주망 성격의 슬로건이 아니다. ESG 경영을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에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한다는 새로운 맥락이 배태되어 있다. ESG가 CSR, CSV와 변별되는 지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ESG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현상은 적이 시사적이다.
민성훈 수원대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가 쓴 <투자의 미래>는 그런 점에서 존재가치가 남다르다. ‘이기적인 투자자의 이타적인 투자법’이라는 책의 부제는 ESG의 본령을 간명하게 웅변한다. 그는 ESG투자, 스타일투자 등을 천착하고 있는 부동산투자 및 금융전문가다. 학부에서는 조경학을, 석사는 경영학, 박사는 부동산학(학위논문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스타일분석에 관한 연구’)으로 마쳤다. 학계로 오기 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업력을 쌓았다.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이 이 책에도 곳곳에 녹아 있다. 일종의 ‘현장감’이랄까.
ESG를 투자 관점으로 보다 심화해서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투자의 미래 ESG>는 요긴한 무기가 될 것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상이한 섹터의 내용을 고루 담았고 ESG보고와 평가에 대한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민 교수는 ESG를 “코로나19로 비좁아진 스마트폰 화면 사이로 끊임없이 출현한 단어”라고 표현했다. 아마 내년에도 ‘스마트폰 화면 사이로 끊임없이 출현’할 개념인 ESG를 연말에 침착하게 공부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금은 ‘이타적인 투자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