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경제Talk]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최초로 언급됐다.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의 발언이다. 그는 앞으로 20년이 공상과학 소설 같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일찍이 30여년 전 어떤 ‘공상과학 소설’에서 지금의 세상을 절묘하게 내다본 바 있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스노 크래시>(Snow Crash)다.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메타버스’도 이 소설에서 최초로 언급됐다.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Snow Crash)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하게 됐다. ‘공상’이 기술 진보의 원천이 된 것이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3차원의 가상세계, 가상현실의 확장 등 여러 층위의 해석이 가능하다. 라이프 로깅,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등으로 보다 세분화해서 살펴볼 수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상세계 ‘오아시스’(OASIS)처럼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탈물질화된 세계(dematerialized world)이다.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해커이자 검객이다.

그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안타고니스트에 맞선 프로타고니스트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의 ‘부캐’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N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숱한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국의 래퍼 릴나스엑스(Lil Nax X)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화려한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접속자 수 기준 3600만명의 관객을 매혹시켰다. 대성공이었다.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의 과반이 가입한 로블록스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4200만명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장을 했고, 40조원이 넘는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로블록스에 접속한 유저 한 명 한 명은 기업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공략을 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공식 제휴 편의점인 ‘CU제페토한강점’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는 구찌 매장이 있는가 하면, 유력 정치인의 선거캠프가 꾸려져 있다. 편의점도 문을 열었다. ‘CU제페토한강점’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메타버스 공식 제휴 편의점이다. 개발 기간만 4개월이 소요됐다. 실제 시공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제페토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이 흥미로운 플랫폼 사용자의 8할이 10대다. 어릴 때부터 제페토에 접속하는 것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에 친숙함과 애정을 갖게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5천억 달러(PwC 조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로 1770조원이 넘는 수치다. 메타버스가 대세가 된 시대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여가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AR글라스나 태블릿 등의 매개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부캐의 모습으로 여러 아바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까?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도 주견(主見)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기업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소비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아니,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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