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③] “어느 멋진 가을날, 나는 보았네”
[아시아엔=글·사진 곽노군 우리유통 대표] 코스모스밭 한가운데 털썩 주저 앉아 ET가 왜 이런 곳에 나타났을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지구상에 유래 없는 코로나19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나타난게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ET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사라진 건 무어란 말인가? 아, 그렇다. 코로나19와 싸우느라 고생한다며 위로하러 나타나 이제 머지않아 잘 극복될 테니 너무 걱정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웃으며 사라진 것 아닐까?
풀벌레, 들짐승, 코스모스에 ET 형상까지 뜻밖의 만남을 뒤로 한 채 부자농부 댁을 찾으니 “왜 이리 늦었냐” “뭐 좋은 일이 있느냐”며 미소가 함께 덕담을 건넨다.
마음 속으로 ‘오는 길에 외계인 ET를 만나느라 늦었고, 나는 외계인 ET를 만난 사람인데 당연한 거 아닌감’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내게 그가 “뭐라 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이 말은 ET가 가르쳐준 말이라 나만 알 수 있는 암호입니다’ 하며 웃었다.
부자농부와 한참 동안 대화를 하고 돌아오는데 정작 부자농부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날 한곳을 더 방문할 곳이 있었는데, 그곳 코스모스 밭에서 ET와 만나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했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집으로 오는길에 코스모스밭을 한번 더 들러봐야지 하고 그곳으로 가는데 삼강주막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도 언젠가 TV에서 본 듯하다. 잠시 둘러보기로 하고 멈췄다.
조그만 주막인데 지역문화재로 지정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삼강나루의 나들이 객들에게 허기를 달래주고 보부상들의 숙식처나 묵객들의 유상처로 이용되던 주막이란다.
그곳에 잠시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데 온통 아까본 ET 생각뿐이다. 잠시 유원지를 둘러보는데 우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보는 우물이라 반가워 그곳으로 다가가니 덮개로 닫혀 있다. 슬며시 밀치니 샘에 물이 잔뜩 고여있고 타래박도 매달려 있다.
삼강리 새샘이라 하는데 청주 정씨 일가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물이라 생각해 이곳에 팠다고 한다. 약 400년이 되었는데 깊이가 30m나 되고 우물이 마르지 않아 한 타래박 떠서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나와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코스모스밭을 다시 찾아 행여 다시 ET를 만날 수 있으려나 하고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아, 그런데…해는 이미 지고 어두운 하늘에 ET 대신 하현달로 접어든 가을달과 별들이 구름 사이로 반짝인다. 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빛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어가며 다시 한번 외쳐본다.
“ET야 만나서 반가웠어. 또다시 만나!”
꿈나라에 접어들면 ET가 다시 찾아올 생각을 하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예천 코스모스밭에서 ET와 만난 날에 그린 한 폭 수채화 같은 이 느낌, 오래오래 간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