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①] 예천 가는 길, ‘코스모스를 노래함’
[아시아엔=글·사진 곽노군 우리유통 대표] 추석 연휴가 지난 일요일 아침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북 예천에 가야할 일이 생긴 것이다. 집에서 왕복 6시간 가까운 거리다. 잠시 망설여진다.
추석 연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시점에, 한가위 명절에 고향 방문도 미룬 터라 갈등이 깊어진다. 그러다 전날 TV 시청하면서 ‘아, 저곳 한번 가봐야겠는데…’ 떠올렸던 곳이 목적지와 그다지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임은 어느새 설레임으로 바뀌고 있었다. 서둘되 차분히 카메라 등 장비를 준비하고 예천으로 향했다. 도착할 장소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보니 200km 약간 넘고 소요시간은 2시40분 정도로 나온다.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니 어깨가 들썩이며 기분도 상쾌하다. 달리면서 하늘을 보니 약간 흐리고 비도 내릴 듯하다. 맘속으로는 ‘비야, 제발 참아다오’ 하며 그곳을 향해 서서히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는데 하늘이 맑다 흐리다를 반복하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다행히 잔뜩 끼어있던 구름도 서서히 걷히며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고속도로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오고 들녘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어찌 저리 아름다운지!
예천 길 방향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꿈틀댄다. 아내도 함께 나섰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천에 도착해 군청을 지나는데 양궁의 고장답게 군청 입구에 양궁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주차해 조형물을 감상하고 이동하는데, 신궁(神弓)이라 불리던 김진호 선수 이름을 딴 ‘진호국제양궁장’이 보인다.
‘진호국제양궁장’을 뒤로 두고 나는 도로를 달리며 80년대 한국양궁을 세계에 빛낸 김진호 신궁의 활쏘던 장면 하나하나 떠올리며 목적지로 달음질쳤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해 아주 짧게, 그러나 진심을 다해 일을 마치고 나니 이 먼곳까지 왔는데 가보고 싶은 곳이 갑자기 많이 생겨 고민이다.
적어도 방문할 곳이 서너 곳은 된다. 먼저 TV에 방영된 부자농부를 방문하기로 하고 연락하니 방문해도 좋다고 한다.
그곳을 향해 달리는데 들판에 수수밭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만찬을 즐기던 참새와 비둘기가 가까운 나뭇가지로 날아오른다. 얘들은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모델이라도 돼주려는 듯 금방 내려앉았다 날아올랐다 한다. 허수아비도 있고 가끔씩 총소리도 나는데 새들은 익숙한 듯 ‘먹이활동’에 충실하다.
다시 부자농부 농장을 향해 달리는데 경북여성가족 플라자라는 커다란 한옥을 형상화한 현대식 대형건물이 눈에 띈다. 그 건물 길 건너 공터에 코스모스가 눈에 늘어와 부자농부와의 약속은 잠시 잊은 채 마술에 걸린 듯 그곳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코스모스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는데 후투티가 날아간다. 후투티새는 우관과 깃털이 인디언 장식처럼 펼쳐져 있어 인디언 추장처럼 보인다.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가 특이해 날아가는 모습만 봐도 금방 후투티새라는 걸 알 수 있다.
여름 철새인데 아직 이곳에 머무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 탓인 듯하다. 언제부턴가 여행 중에 특이한 모양의 후두티새를 만나면 나는 기분이 들뜬다. 파랑새와 함께 행운의 새로 여기는 것이다. 오늘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코스모스 밭으로 조심스레 들어서는데 벌과 나비가 꿀을 모으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