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②] 코스모스 동산서 외계인 ET 만나다

멀리 삼강이 흐르고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우리나라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하다.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 곽노군>

[아시아엔=글·사진 곽노군 우리유통 대표] 코스모스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발꿈치를 살피며 한발씩 들어서는데 메뚜기도 이리저리 튀어오른다. 팔뚝이며 등짝을 스치고 가끔씩 얼굴에도 뛰어오른다, 메뚜기 녀석들이.

어릴 적, 신작로 양옆이나 학교 입구 그리고 개울가와 마을 입구에도 흐드러지게 피었던 코스모스. 그렇던 코스모스 옛모습은 어디 가고 공원이나 유원지 등에 인공으로 조성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쉽다.

조금 더 들어서니 개구리도 놀란 듯 오줌을 뿌려가며 달아난다. 참새떼도 여기저기 푸드득거리며 정신없이 난다. 그소리에 놀랐는지 나의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발끝에서 장끼 한마리가 ‘푸드득’ 하며 낮게 날아간다. 나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방아깨비 <사진 곽노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 코스모스를 찍는데 방아개비가 겁도 없이 가슴에 덥석 달라붙어 가며 날 반긴다.

나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 보였나보다. 나보다 더 반가운가 보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진다. 방아깨비가 날아갈까 조심스레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잠시 머물다 민망한 듯 날아간다.

조금 더 들어서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래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커다란 고라니 한마리가 소리 지르며 높이 펄떡펄떡 뛰어 들판으로 달아난다.

고라니가 멀리 달아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도 나도 놀라, 희미하게 잡힌 것이 아닐까?  <사진 곽노군>

뛰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급히 담아 보려고 여러 번 셔터를 눌렀지만, 허사였다. 어찌나 빨리 달아나는지 단 한컷이라도 담겼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사람들 눈길을 피해 낮잠 자며 휴식 취하고 있던 고라니를 놀라게 해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까 후투티새가 날더니 코앞에서 고라니를 보는 행운이 있으려 그랬나 싶다. 피식 웃음이 나오며 ‘역시 후투티는 행운의 새야’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ET 닮은 구름. 아니 진짜 ET가 구름 모습을 하고 나타난 건 아닐까? <사진 곽노군>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코스모스를 담기위해 카메라를 들이미는데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들어온다. 분주히 코스모스와 하늘을 배경으로 셔터를 찰칵찰칵 눌러댄다. 구름 모양이 특이해 찍던 동작을 멈추고 하늘을 물끄러미 보는데 마치 1980년대 초반 학창시절 보았던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 모습과 너무 닮았다.

코스모스밭 한가운데서 파란하늘에 구름으로 나타난 외계인 ET. 너무 놀라 꼼짝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데 ET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영화 속에 어린 소년의 동작처럼 검지손가락으로 ET를 향해 내미니 구름이 변하며 ET도 내게 검지손가락을 내민다,

사진을 작게 해서 봐도 영락없이 ET 그대로다. <사진 곽노군>

순간 손에 찌릿한 느낌의 전율이 느껴지는 듯하다. 찰나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며 셔터를 몇 번 누르는 사이 ET는 한번 더 웃는 모습을 지으며 서서히 사라져간다. ET가 떠나고 한참을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ET와의 감동의 순간을 되새겨봤다.

꿩이 나타나 셔터를 눌렀다. <사진 곽노군>

오늘 후투티새를 보게 된 행운은 고라니뿐 아니라 외계인 ET와의 만남으로도 이어졌다. 아니 오늘 코스모스 밭에서 만난 꿩, 벌, 나비, 메뚜기, 참새, 개구리, 방아깨비 등 모두가 나에게 행운을 남기고 간 것이다.

내 유년시절 동심에 젖어 그때 장면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그렇다. 나는 그날 추억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코스모스는 꽃 이름 말고도 우주(Cosmos)라는 뜻도 있으니 코스모스밭 그곳이 우주 아닐까? 그러니 외계인 ET와의 만남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닐까?

코스모스는 모여 있어도, 흩어져 있어도 이쁘다. 소박한 멋이 그만이다. <사진 곽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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