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께 고함···”송시열-허목의 도량, 메르켈의 경청 본받으소서”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도량(度量)이 큰 사람은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어 사람이나 사물을 잘 포용한다. 인생에서 성취는 그 사람의 신분이나 존재감 유무와 큰 관련이 없다. 한 사람의 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이 지닌 도량의 크기다.
도량이 큰 사람은 대범하고, 너그러우며,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 다른 모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행동을 보인다. 세세한 이익을 셈하거나 사소한 일에 붙들려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협력과 도움으로 순탄하게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은 도량을 갖추면 훗날 반드시 대성하는 그릇이 될 수 있다. 도량이 큰 사람은 타인의 결정과 부족함을 너그럽게 수요할 줄 알기에 사람들의 신뢰와 존중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요즘 대권(大權)을 잡겠다고 나선 사람들 도량은 과연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이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하자(瑕疵)가 아닌 이상 그것을 폭로하고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결코 나라를 짊어질만한 도량을 지닌 인사들이 할 일은 못되는 것 같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을 정도인 것 같다.
언론에서 “능력 있는 대선후보를 뽑는 경쟁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소모적 감정싸움만 남았다”고 총평했을 정도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화합 리더십’을 꼭 되새겨 보면 좋겠다. 메르켈 총리는 ‘듣기의 달인’으로도 유명하다. 메르켈 총리가 남들과 대화할 때, 직접 말하는 건 2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건 8할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효종 때, 당대의 두 거물 정치인인 명의이자 영의정을 지낸 남인의 거두 허목과 학자이며 정치가이기도 한 효종의 스승인 노론의 영수 우암 송시열이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아쉽게도 당파로 인해 서로가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송시열이 큰 병을 얻게 되었다. 허목이 의술에 정통함을 알고 있던 송시열이 아들에게 “비록 정적일망정 내 병은 허목이 아니면 못 고친다. 찾아가서 정중히 부탁하여 약방문(처방전)을 구해 오도록 하라”고 아들을 허목에게 보냈다. 사실 다른 당파에 속한 허목에게서 약을 구한다는 건 죽음을 자청하는 꼴이었다.
송시열의 아들이 찾아오자, 허목은 빙그레 웃으며 약방문을 써주었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서 약방문을 살펴보니, 비상을 비롯한 몇 가지 극약들을 섞어 달여 먹으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허목의 못된 인간성을 원망하면서도 아버지 송시열에게 갖다 드렸다.
처방전을 살펴본 송시열은 아무 말 않고 그대로 약을 지어오라고 하고서 약을 달여 먹었는데 병이 깨끗이 완쾌되었다. 한편 허목은 “송시열의 병은 이 약을 써야만 나을 텐데, 그가 이 약을 먹을 담력이 없을 테니 송시열은 결국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시열은 허목이 비록 정적이긴 하나 적의 병을 이용하여 자신을 죽일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송시열이 완쾌됐다는 소식을 듣자 허목은 무릎을 치며 송시열의 대담성을 찬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