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와 유교의 ‘죽음에 대한 의식’ 어떻게 다른가?

2015년 5월 뉴욕주 클래버랙의 원달마센터에서 열린 원불교 백년 기념대법회 장면. 

한가위에 나는 원불교여의도교당으로 달려가 합동차례를 올렸다. 원불교 예법대로 교당에서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면 간편하고, 엄숙하며, 장엄하기만 하다.

그런데 유가에서는 아직도 ‘사대봉사’(四代奉祀)를 고집하고 있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 기(氣)의 파장이 약 100년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의 파장이 변하지 않으므로 자기와 선조의 파장이 같은 후손과 함께 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대를 25년으로 하면 4대조는 100년이 된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분은 100년 동안의 자기 가족이나 후손과 함께 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 영향력도 음과 양으로 좋은 쪽과 나쁜 쪽 양 갈래다. 그것은 모두 그들 조상 영(靈)의 생전의 사람됨과 인격 그리고 업보(業報)에 따라 나타난다고 한다.

살아 생전에 착하고 어질 게 살아 높은 영계에 간 조상 영은 후손을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보살펴 주려고 애쓰지만, 생전에 인간됨이 천박하거나 악독했던 사람, 혹은 어려서 세상물정 모르고 죽은 소위 철부지 귀신들은 후손을 못살게 굴고 온갖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조상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후손의 몸을 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상은 영으로 존재하고, 영은 곧 기(氣)이므로 물질인 육체가 없이 기만으로는 아무 것도 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후손의 몸을 빌려야 이 세상에 다시 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파장이 맞는 4대조 이하 조상 영은 그 후손의 몸에 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통적인 관례로 4대조 이하 조상들께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생유어사(生由於死)하고 사유어생(死由於生)”이라 했다. 삶은 죽음으로부터 말미암고 죽음은 삶으로부터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생에서의 죽음은 천상에서 영혼으로 있다가 인연 따라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렇게 유교에서는 사람에게는 혼(魂)과 넋(魄)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神)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4대가 지나면 영(靈)도 되고, 혹 선(仙)도 되며, 넋(魄)은 땅으로 돌아가 4대가 지나면 귀(鬼)가 된다고 가르친다.

2020년 10월 원불교여의도법당에서 열린 추석 합동제사

그런데 원불교에서는 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가르친다. 이 생사라는 말은 삶과 죽음을 함께 이르는 말로 모든 생물이 과거의 업(業)의 결과로 개체를 이루었다가 다시 해체되는 일 즉 생로병사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리고 불가에서는 생사를 중생의 업력(業力)에 의해서 삼계육도(三界六道)의 미혹한 세계를, 태어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며 윤회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생사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생사대사’라고 한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결국 생사로 귀결된다. 철학이나 종교는 궁극적으로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상이고 실천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우주 대자연은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변화하고, 인생과 만물은 생로병사로 변화한다.

그 이치를 깨달아서 영원히 살려고 한다거나 형상 있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다. 원불교의 소태산(少太山) 부처께서는 “사람의 생사는 비하건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과 같고,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천지자연이 반복 순환하듯이 인간의 생로병사도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과 같이 인간의 생사도 생과 사가 서로 바탕이 되고 원인이 되어 영원히 순환한다. 따라서 생이 없으면 사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다시 태어남도 없다.

원불교에서는 대재(大齋)와 명절차례 등에 모든 조상을 길이 추모하는 합동향례를 실시한다. 제사 비용을 절약해 불사나 공공사업에 사용하여 열반인의 명복을 빌어드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것이 생사대사를 깨친 분들이 조상들께 올리는 합동향례의 본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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