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위선과 가식’ 버리고 진정성으로 승부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자들이 줄줄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진실 된 사람이고 누가 위선과 가식으로 치장한 사람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봐도 거의 모든 후보자들의 언행을 봐서는 ‘교언영색’의 대가들로 보이니 어찌하면 좋을까?
세상에서 몹쓸 일 중의 하나가 위선과 가식이다. 위선은 겉으로만 착한 체 하거나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다. 또 가식은 말이나 행동 따위를 거짓으로 꾸는 것이다. 두 말이 비슷하긴 하나 진실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논어> ‘계씨편’(季氏編)에서 공자는 ‘개과천선’에 대해 말했다. “견선여불급 견불선여탐탕”(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즉 선한 것을 보면 마치 거기에 미치지 못할까 열심히 노력하고, 선하지 못한 것을 보면 마치 끓는 물에 손을 넣은 듯이 재빨리 피한다는 뜻이다.
이 말씀은 “잘못을 고쳐 선한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공자는 “뜨거운 물에 손을 넣은 것처럼 빨리 위선과 가식을 고치라”고 경고한 것이다.
맹자도 역시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맹자에게 송나라의 대부 대영지(戴盈之)가 물었습니다. “10분의 1의 세금을 걷고 국경과 시장에서의 징세를 철폐하는 것을 올해는 시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해는 세금을 경감하는 정도로 하고 내년에 완전히 폐지하면 어떻겠습니까?”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어떤 사람이 매일 이웃의 닭을 훔친다고 합시다. 누군가 그 사람에게 이는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훔치는 것을 줄여 한달에 한 마리씩 훔치다가 내년이 되면 그만두겠습니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시 그만둘 일이지, 무엇 하러 내년까지 기다립니까?”
대영지는 자신이 백성을 아끼는 정치를 펼친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실제로 실천할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백성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과한 세율을 낮추고 국경세와 시장세를 없애겠다고 하면서도 당장이 아니라 내년에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또 단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줄여가겠다는 것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맹자는 이를 두고 “도둑질과 다름없다”고 했다.
<장자>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학철부어(?轍?魚)라는 말이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의 붕어’라는 뜻으로 ‘몹시 곤란하고 옹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장주(莊周)가 당장 끼니를 이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친분이 있던 제후 감하후(監河侯)에게 갔다. 장주의 사정을 다 들은 감하후는 “그런가? 며칠 있으면 내 식읍(食邑)에서 세금이 올라올 테니 그때 삼백금을 빌려주겠네.” 당장 한끼 곡식을 빌려주지 않으면서 확실치도 않은 수백금을 과시하는 위선에 장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누가 나를 부르더군.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퀴 자국 고인 물에 붕어 한마리가 있더군. 내가 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가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니 물 한바가지만 부어 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지. ‘내가 며칠 후에 오나라와 월나라에 유세를 떠나는데 그때 서강의 물을 떠서 이리로 보내주지.’
그러자 붕어는 이렇게 말하더군. ‘당장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인데 며칠 후에 큰 강물이 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때쯤이면 건어물 가게에서 나를 찾는 것이 빠를 것이오’.”
장주가 비꼰 것은 바로 가진 자와 권력자의 가식과 위선이다. 정작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겐 작은 도움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선함을 과시하고 부와 재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마음을 통렬하게 꾸짖은 것이다.
우리 대선주자들도 하루아침에 위선과 기식을 벗어버리고 진실한 모습을 찾는다면 국민들은 그를 이 나라 지도자로 뽑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