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듯
우화등선(羽化登仙)은 사람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말이다. 번잡한 세상 일을 떠나 마음이 평온하고 즐거운 상태에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우화(羽化)’는 원래 번데기가 날개 달린 나방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신선은 아무나 되는 것일까? 인간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행운이 되기도 하고 불운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나와 너, 선과 악, 남과 여, 위와 아래, 흑과 백, 보수와 진보, 내 편과 네 편 하는 식으로 대립적으로 본다.
이 대립적인 관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온갖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지 않는다면 이를 수 없는 경지다. 그 경지를 ‘중화지도(中和之道)’라 한다. 중도가 도다. 그러니까 이 중화지도를 터득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결코 신선은 되지 못한다.
카프만 부인이 쓴 <광야의 샘>이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떤 여인의 책상 위에 여러 개의 누에고치가 놓여있었다. 누에고치 가운데는 이미 누에나방이 나온 고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고치도 있었다. 그런데 이 누에고치들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누에나방이 나온 고치에는 신기할 정도로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여인은 ‘이렇게 작은 구멍으로 어떻게 저런 큰 누에나방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그 작은 구멍으로는 도저히 누에나방이 나올 수가 없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에나방이 작은 구멍을 만들어 나오고 있었다.
구멍이 너무 작아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데, 누에나방은 긴 시간 갖은 몸부림을 치며 용케도 나오고 있었다. 여인은 누에나방이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지켜보다가 왠지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누에나방이 세상에 편하게 나오도록 가위로 누에고치 구멍을 크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다른 누에나방은 날개가 찢기는 등 갖은 고통을 당하며 누에고치에서 겨우 빠져나오는데 반해, 가위로 크게 구멍을 내준 고치에서 나온 나방은 아무런 상처 없이 쉽게 나와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였다. 이를 보고 여인은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작은 구멍을 통해 힘들게 비집고 겨우 세상으로 나온 나방은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훨훨 날아오르는데, 가위로 구멍을 뚫어준 고치에서 쉽게 나온 나방은 날개를 푸드득 거리다가 날지 못하고 그만 비실비실 맴 돌더니 지쳐서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여인은 누에나방은 작은 구멍으로 나오며 애쓰는 동안 힘이 길러지고 물기가 알맞게 마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날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들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온갖 고통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사람은 험한 세상에서 역경과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