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부자 어디 없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요양시설이 일부 부유층에서 부모 봉양 떠넘기기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는 보도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부자의 기준은 국내 은행에서는 금융자산이 10억을 넘으면 부자로 분류하는 곳이 많다. 2020년에도 이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가 않아서,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부자의 기준을 금융자산 10억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순자산 기준 20억 이상 보유는 1%, 10억 이상은 상위 6%에 해당한다.
한국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한국 최고부자에 올랐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7월 29일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BI)에 따르면, 김 의장은 순자산 135억 달러(약 15조5000억원)를 보유해 123억 달러 규모의 순자산을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1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최대 주주로 지분 14.12%(약 9조2254억원)를 갖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 2대 주주(11.22%)인 케이큐브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년 시절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김 의장이 자수성가해, 한국 최고 부자로 등극한 데 주목했다. 김 의장은 올해 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인 15조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영리재단 ‘브라이언임팩트’를 설립했다. 참으로 부자라면 김범수 의장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필자 생각으로는 진짜부자는 자산 10억 이상 가진 사람도 아니고, 한국최고 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아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진짜부자다.
조선 숙종은 밤에 미행을 자주 다녔다. 어느 날 밤에 허름한 오두막집 앞을 지나는데,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 동네를 지나면서도 듣지 못했던 웃음소리에 숙종은 어리둥절하여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오두막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했다. 그러면서 문틈으로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안에는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가 새끼를 꼬고, 올망졸망한 어린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있었고, 며느리는 옷을 깁고 있는 것이었다.
가족들 얼굴이 모두가 어찌나 맑고 밝고 훈훈한지 도무지 근심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숙종은 주인에게 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이집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주인은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살아도 빚도 갚아가며, 저축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가 봅니다.”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집에 살면서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 말에 의문이 커져만 갔다. 다음날 숙종은 신하를 시켜 어젯밤 그 집에 감춰진 재물이라도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명했다.
신하가 조사해 보니 그 집은 아무것도 없이 가난하기만 했다. 이에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빚을 갚고 저축도 한다니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주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공양하는 것이 곧 빚을 갚는 것이요, 제가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니겠습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요.”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어느 정도 생활이 편리해질 수는 있겠지만, 부자는 더 큰 부자를 부러워하고, 더 큰 부자는 욕심이 더 커 더욱더 큰 부자를 부러워한다.
진짜부자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사람, 때때로 좋은 음악을 듣고 즐길 줄 아는 사람, 아름다운 자연과 한송이 풀꽃에도 매혹되는 심성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