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지정생존자’ 주인공 같은 대선후보 어디 없소?

사마광의 장독과 염일방일(拈一放一) 고사

요즘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사람 가운데 겸손한 사람을 못 보겠으니 어찌된 일인가? 자기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 같이 얘기하니 안타깝다.

<지정생존자>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미국의 내각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딱 한 사람을 지정생존자로 선발해놓고, 언제나 큰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가 상하원 합동회의와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전원이 참석했다가 테러모의에 걸려 의사당이 폭파되고 참석 인사 전원이 몰살 당한다.

미드 <지정생존자>

그래서 얼떨결에 살아남은 지정생존자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당하여 온갖 혼란과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터지는 음모와 혼돈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이겨낸다. 그러다가 임기가 만료돼 무소속으로 새 대통령에 출마한다. 온갖 비리와 위선과 가식의 정치판에서 오직 정직과 성실 그리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지도자 모습이 국민들 마음을 움직여 정식 대통령에 취임한다는 줄거리다.

‘염일방일’이라는 고사성어는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를 쥐고 또 다른 하나를 쥐려 한다면 그 두개 모두 잃게 된다는 뜻이다.

‘염일방일’은 북송 때 정치가이자 철학자며, 사학자인 <자치통감> 저자 사마광의 어린 시절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한 아이가 큰 물독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 어른들은 이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서 사다리와 밧줄을 가져와 요란법석을 떤다. 하지만 구출이 여의치 않아 물독에 빠진 아이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러자 이걸 지켜보고 있던 사마광이 주변에 있는 큰 돌을 주어다가 그 커다란 물독을 깨트리니 물이 빠지고 마침내 아이 목숨을 구했다. 어린 사마광은 고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장독쯤은 깨트려버려도 되는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린아이도 아는 이 단순한 지혜를 왜 어른들은 깨우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을까? 순수한 마음을 점점 잃어버리고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잔 머리엔 항아리값, 물값, 책임소재 등이 어른거렸던 것이다. 시간 낭비하다 정작 귀중한 사람 생명을 잃게 할 뻔했다. 더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버려야 한다.

남방지방에 성성(猩猩)이라는 동물이 있다. 이 힘센 성성이를 잡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성성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큰 술독을 갖다 놓는 것이다. 그러면 성성이는 그 술독을 보고 웃으며 지나친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 술 한 모금이야 괜찮겠지 하고 마신다. 그리고 조금 가다가 되돌아와 조금씩 마시다가 나중에는 정신없이 술 한 동이를 다 퍼마시고 취해 나가떨어진다. 이때 힘들이지 않고 잡을 수 있게 된다.

앞에 얘기한 미국 드라마에서 지정생존자는 테러로 사랑하는 아내와 측근동지들마저 잃는다. 그야말로 ‘염일방일’의 진리를 실천한 것이다. 우리 차기 대통령도 그런 지도자를 한번 모실 수 있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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