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벤허 리더십’과 대선후보들
리더십이란 우리말로 ‘지도자상’ 정도로 풀이된다. 지도자에게는 미래의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전망을 접합시켜 갈 것인지 판단하는 선견력(foresight), 전망이 조직의 전통과 문화를 거스르지 않게끔 뒤를 다독이는 능력(hindsight), 그리고 전체의 그림을 적절한 수준으로 자세히 전체에 걸쳐 볼 수 있는 깊은 인식능력(depth perception)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방향을 향한 경쟁자들과 다른 당사자들의 여러 반응을 이해하는 주변 파악능력(peripheral vision) 또 환경이 변함에 따라 이전에 종합되어 수립된 방향을 지속으로 재검토하고 재수립하는 능력(revision)이 요구된다. 이 밖에도 지도자는 전망을 제시할 적절한 시기를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바람직한 리더십을 영화 <벤허>에서 찾아본다. 한 언론사 기자가 고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의 성공 비결에 대해 물었다. 이 회장은 뜻밖에도 영화이야기를 꺼냈다.
“<벤허>를 보면 아주 인상적인 전차경주 장면이 나옵니다. ‘메살라’는 말들을 채찍으로 강하게 후려치는데, 그런데 ‘벤허’는 채찍 없이 경주에서 승리를 합니다. 게다가 ‘벤허’는 경기 전날 밤 네 마리의 말을 어루만지면서 용기를 복 돋아 주지 않습니까? 채찍 없이 동물의 마음을 움직이는 ‘벤허’와 그에 감동한 똑같은 인재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벤허’의 4마리 말은 모두 하얀색의 멋진 말들이었고, 각자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벤허’는 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쓰다듬어 주며 결전을 앞둔 말들에게 전차경주의 ‘전반적인 전략’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차경주는 경기장을 아홉 바퀴 도는 게임이다. “우리는 여덟 바퀴까지는 2등으로 가는 거야! 그러다가 마지막 아홉 바퀴째에는 전력 질주해서 1등을 확 따라잡는 거야! 자신 있지? 그래, 우린 이길 수 있어!”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벤허’가 말들의 특성을 일일이 살펴서,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이다.
빠른 말은 외곽으로, 빠르지 않지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말은 제일 안쪽으로, 보통이지만 끈기 있는 말은 중간에 배치한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전차 경주에는 총 8개팀이 출전하였다. 다들 긴 채찍을 들고 나왔지만, ‘벤허’의 손에는 말고삐가 전부였다.
모든 선수가 초반부터 사정없이 채찍질을 하면서 말들을 몰아세웠으나, ‘벤허’는 채찍 대신 말고삐로 말들과 교감하며 승부를 걸었다. 말고삐의 강약과 ‘힘찬 함성’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지속적으로 격려하는 벤허의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벤허’였다. 그의 승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벤허’의 리더십이 그것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개인별 특성과 적성을 고려한 알맞은 역할 분담과 임무 부여는 조직의 ‘팀파워’ 그리고 시너지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훌륭한 리더십이었다.
결국 이런 전술적 배치가 4마리 말들로 하여금 막강한 ‘팀파워’를 불러일으키게 하였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삶에서도 지도자의 리더십은 귀중한 삶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지도자의 주위에 있는 보좌진들이 어떻게 보좌하느냐도 아주 중요하다.
‘킹메이커’가 좋아야만 좋은 ‘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 출전한 주자들은 물론 나름대로 리더십을 지녔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그리 출중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에 크게 신뢰를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느 주자는 그라운드를 겨우 두 바퀴 돌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어느 주자는 아예 캠프를 해체하고 독불장군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으며, 어떤 주자는 보좌진들이 조언도 무시하고 거의 매일이다시피 막말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에 그 정도의 리더십과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그런 사람은 참으로 전차경기보다 더 험난한 대선에 출전하면 안 되었을 것이다. 메살라같은 리더십으로는 그는 결코 5천만 국민을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국민을 이끌 지도자는 최소한 이런 덕목을 지니면 어떨까 한다.
첫째, 지도자는 지도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둘째, 지도자는 지도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아야 한다.
셋째, 지도자는 지도받는 사람에게 사리(私利)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지도자는 지행합일을 넘어 큰 덕을 펼 수 있어야 한다.
‘벤허’같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뽑지 못해 차악의 지도자밖에 선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슬픔이 하늘에 닿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