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및 극복①] 암보다 무서운 병 ‘치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는 흔히 암(癌)보다 더 무서운 병이 치매(癡?)라고 말한다. 암 환자는 사망할 때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지만, 치매 환자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을 마감한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으로 다발성 인지 장애와 일상생활 능력 장애의 결합이다.
치매 중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2018년 사망 원인 순위 9위(사망률 12명/인구 10만명 당)에서 2019년 7위(13.1명)로 올라섰다. 전체 치매 사망률은 20.2명(2019년)으로 10년 전인 2009년(11.8명)의 거의 2배 수준이 됐다. 지난해 치매 사망률은 여성(28.2명)이 남성(12.2명)의 2.3배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므로, 우리들 주변 친인척 또는 지인 중에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지인 중에 A교수(법학)와 B교수(국어국문학) 부부는 50년 넘게 단란한 결혼생활을 했다. 2018년 2월 A교수가 치매로 별세하여 부인 B교수가 1주기를 맞아 사랑하는 남편을 주모하는 책자를 발간했다.
그 문집에 따르면, 남편 A교수는 치매 진단을 받기 2~3년 전부터 걸음이 느려지고 넘어지기고 잘했으며, 기억력이 감퇴되면서 제자들 이름도 잊어버리고, 현관문 암호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리고 전에 없던 짜증을 내고 우울증 같은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아내 B교수는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들이 우울증(憂鬱症)이나 건망증(健忘症) 같은 현상이 나타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병원에 가서 진찰할 생각은 미쳐 못 했다고 한다. A교수는 2015년 6월 병원에 입원하기 전 며칠 동안 밤에 잠을 자지 않고 환상 속에서 실제로 대학에서 강의하듯 독백하면서 손짓과 몸부림을 치면서 괴로워했다. 이에 병원에 입원하여 1주일 동안 뇌신경과에서 진단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받았다.
A교수는 2016년 봄부터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아내의 이름도,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내에게 “몇 학년인가? 누구인가?”하면서 물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아들이 병문안 왔다가 2주일 동안 집에서 함께 지냈는데 “저 군인은 왜 안 가느냐”고 묻기까지 했으며, 미국으로 떠날 때 비행장까지 같이 가서도 아들인 줄 모르고 헤어졌다.
2017년 6월 4급 치매환자였던 A교수의 증상이 3급으로 더 나빠졌다. 하루 3시간 간병하는 간병사가 아침, 오후, 밤으로 세 번 9시간 간병했으나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8월부터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첫날부터 간병사가 힘들어 사의를 표하기에 집에서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겨 매일 점심시간에 영양식과 간식을 준비하여 방문했으며, 식사는 잘 했다고 한다.
병원을 옮긴 후 좀 안정이 된 것 같아 보였지만, 목 매인 소리로 “집에 가자”, “죽고 싶어”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 2017년 여름도 지나고 가을이 와도 A교수의 엉덩이 염증이 낫지 않아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고생했다. 2018년 1월에는 가래가 심하여 기계로 치료를 받았으며, 식도(食道)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아 미음만 조금씩 먹었다.
2018년 2월 9일 토요일 저녁 8시경에 A교수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급히 갔더니 중환자실에서 산소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주치의는 “폐에 균이 많이 퍼져서 이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A교수는 2월 10일 새벽 3시경에 84세를 일기로 운명(殞命)했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 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는 치매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로 1995년 지정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는 세계 전역에 있는 70여 알츠하이머병협회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매연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했으며, 올해 제13회 치매 극복의 날 기념식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임을 고려해 참석 인원을 50인 미만으로 제한해 진행했고, 행사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중앙치매센터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했다.
WHO에 따르면 전세계 치매환자는 약 5천만명에 이르며, 해마다 새로운 치매 환자가 1000만명씩 발생하여 2050년에는 약 1억5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치매 인구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75만명이 치매환자이며,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옛날에 우리는 노인성 치매(senile dementia)를 늙어서 망령(妄靈, 죽은 사람의 영혼)이 든 노망(老妄)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癡?, dementia)는 분명한 뇌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dementia’의 de(지우다, 없애다), ment(mental, 마음), ia(병)이므로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80-90개 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혈관성 치매, 그리고 그 밖의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체 치매 환자에서 80-90%를 차지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다.
질병은 병이 발생하여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가 예방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뇌(腦) 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일단 손상이 되면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에는 뾰족한 예방법이 없지만, 혈관성 치매는 중년부터 꾸준히 노력하면 예방할 수 있다.
원인 모르게 뇌세포가 죽어가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 꼽는 고령, 여성, 가족력 등은 피할 수가 없기에 예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다만 연구 결과 학력이 높거나 지적 수준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만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뇌세포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혈류(血流)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뇌세포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폐, 심장 등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연(禁煙)을 실천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