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31] 추석 연휴에 불필요한 것 정리하기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만일 자신의 삶에서 티끌만한 흔적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지워지는 마법의 지우개를 가지고 있다면 무엇을 지우고 싶은가?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은 감정, 아름다운 추억 혹은 자랑스러운 일 등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움의 대상은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을 것이다. 상대방과의 불편한 감정일 수도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일수도 있다. 부끄러웠던 일이나 상처받았던 일 그리고 잘못된 선택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살다보면 지우고 싶은 것들이 종종 발생하지만 생각만큼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지우려고 애를 쓸수록 더 선명해지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이는 인지언어학자로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을 때 오히려 코끼리가 더 많이 생각나는 것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우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처음부터 지울 필요가 없는 일만 선택해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으로 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다면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던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편지를 보게 될 사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거나 중요한 내용이라면 이와 같은 행위는 더 많이 반복되기도 한다.
썼다가 지우기를 수차례 하고 나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그 때 그 때 지우기 위해서는 지우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우개는 자신의 대인관계와 일 그리고 삶에 있어서도 필요하다. 그 속에서도 지워야 할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일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지우개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멘토(mentor)와 책이다. 어쩌면 지우개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깨끗하게 지워주기 때문이 아니다. 지워야 할 것을 많이 만들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멘토와 책은 이미 벌어진 일보다는 미래에 발생한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지나간 일들을 지울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 지난날을 돌이켜봤을 때 지워야 할 것들을 상당 부분 최소화시켜 줄 수 있다.
또한 멘토와 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행동 또는 선택의 결과에 대해 일종의 미리보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먼저 경험한 사람과 사례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멘토와 책은 해결책보다는 예방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멘토와 책은 저절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스스로 준비하고 찾아나서야 만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분명히 주변에 있다. 아울러 먼저 손을 내미는 것 등과 같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와 행동을 병행한다면 더 빨리 접할 수 있다.
노랫말 가사처럼 자신의 삶의 흔적 역시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워도 되겠지만 방법이 있다면 애당초 지워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