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64] ‘국가교육회의’와 평생직업교육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교육의 역할과 기능은 매우 크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할 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 반해 교육정책의 안정성은 매우 취약하다. 교육정책이 자주 변하여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 되어 버렸다. 또 교육정책 실현과 집행의 절차적 공정성에도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교육 주체들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국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과 합리적인 절차를 제시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2017년 9월 17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교육개혁 추진을 위해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취임 이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되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기 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교육개혁과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즉 교육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하여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수립 기반을 조성하는 등 국민이 공감하는 교육정책 과제를 도출하는 교육정책의 민주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이다.
2017년 12월 12일, 국가교육회의는 제1대 신인령 의장과 제1기 위원이 위촉되면서 실질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교육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그리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내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2018년 12월 18일에는 제2대 김진경 의장과 제2기 위원이 위촉되어 현재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나는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의 제1·2기 모두 12차에 걸친 회의에 단 한 차례도 결석한 적이 없다. 모든 회의에 참여하여 가장 높은 출석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만큼은 자리를 꼭 지키고 싶었다.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해도 좋겠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나는 교육 행정과 교육 현장을 비교적 균형 잡힌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회의가 여러 차례 진행되면서 국가교육회의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께 참여하는 위원들은 “이기우 회장님께서 쟁점을 잘 정리해 주셔서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거나 어떤 대안을 제시하면 “이견이 달리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내 역할을 곱게 봐주기도 한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했던 것 중 몇 가지가 떠오른다.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었다. 사실 대입제도는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그 어떤 좋은 개편안이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바꾸느냐’는 비판에만 직면하게 된다. 실제 입시제도는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라 초중등 교육 전체를 뒤집는 큰 교육 이슈여서 안정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수능 위주의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전문대학의 대표라는 자격도 잊지 않았다. 2018년 8월 6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 시에는 전문대학 현장에서 학생 모집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이 현행보다 확대되면서 설립 목적(산업대학, 전문대학, 원격대학 등),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충원난 등을 고려하여 적용 제외 대상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국가교육회의 내 고등교육전문위원회에 전문대학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교육 방향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둘째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문제이다. 교육 관련해서 총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제기된 것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진보나 보수 주요 정당의 모든 후보가 유사한 내용을 공약했다. 핀란드,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이미 국가교육위원회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 일종의 인큐베이팅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 사회에 대비해 새로운 교육 체제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국가교육회의 위원으로서 2019년 3월 1일 교육계 공동선언에 참여했다. 이 선언에는 국회 교육희망포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이 함께했다. 정권 차원을 넘어서 시민 사회와 교육 자치의 바탕 위에 협력과 협치를 통해 미래 교육 체제를 구현할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또 대국회 입법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또 흐뭇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국가교육회의를 인천재능대학교에서 개최한 일이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현장과 동떨어져서는 곤란하다. 2019년 6월 10일 제11차 국가교육회의가 우리 대학에서 열렸다. 또 평생직업교육대학인 전문대학의 특성과 문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간담회에 참여하는 13명의 학생들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즉 전국 전문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되 만학도와 유턴 입학자, 국공립 전문대학과 사립 전문대학 학생 등을 참여시켜,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전문대학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를 발표하고 질문하도록 한 것이다.
김미선 학생(계명문화대학교)은 평소에 전문대학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했지만 전문대학에 와서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소개했다. “전문대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밝고 활기찼으며, 본인에게 맞는 일을 만났을 때는 정말 신나게 임하고, 심지어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줄 줄 아는 아름다운 젊은이였습니다. 그리고 만학도들을 위한 입학전형 확대와 학비 지원 등을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유턴 입학자인 우리 대학 배지효 학생은 “입학 전에는 전문대학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전문 직업인 양성이 ‘전문’인 대학이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이 되었습니다.”라고 진솔하게 말하면서 “전문 기술직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국가정책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법 의미심장한 발표를 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 위원들도 학생들의 발표에 크게 공감하고 전문대학 현장을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평생직업교육은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엘리트 교육 체제를 극복하고 분화된 교육경로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은 전문대학 발전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생존과 전 생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거국적인 관심이 촉구되는 일이다.
나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고등직업교육, 평생직업교육, 전문대학 등의 키워드가 주요 이슈로 논의될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다. 내 역할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얼굴마담 이상의 노릇은 한 것 같아 나 스스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