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62]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손 맞잡다

2019년 7월 12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공동간담회에는 김헌영 대교협 회장과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을 비롯해 대교협에서는 △김인철 부회장(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외대 총장) △황준성 부회장(숭실대 총장) △조동성 인천대 총장(대학평가인증위원회 위원장) △박종구 서강대 총장(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안주훈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대교협에서는 △원재희 부회장(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윤여송 부회장(인덕대학교 총장) △강성락 부회장(신안산대학교 총장) △류정윤 부회장(강동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등이 자리에 함께 했다. <출처 한국대학신문>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전문대교협 회장으로 있으면서 전문대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평이 많다. 내가 회장이어서가 아니라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교육적인 필요성을 비로소 인식하여 공감하고 도와주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정말 전문대학의 목소리가 커졌다면, 그것은 전국 136개 전문대학 총장들과 구성원 전체의 연대와 소통, 전문대학 발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이다.

2019년 7월 12일 열린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공동회의

실제 전문대교협의 위상이 강화된 것은 정부와의 관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 전문대교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체였다. 지금은 아니다. 현재 전문대교협은 고등직업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및 국회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사실 이 기관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전문대학 관련 제도와 예산 지원은 요원하다. 이는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에 대한 지속적·항 구적 책임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는 그들과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대학 관련 논의와 정책에서 교육부는 물론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유관기관 실무 책임자들뿐만 아니라 장차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교육위원회 중심으로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모습은 우리 전문대학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을 다양한 교육경로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 교육부와의 고등직업교육정책 공동 TF에서는 일상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 2019년 어느 한달 동안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전문대학과 세 번을 만났는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전문대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높아진 전문대학의 위상은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진학하는 유턴 현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또 성인 학습자가 증가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입생 중 26세 이상 성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9.5%까지 높아졌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열 명 중 한 명은 성인 학습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대학의 성인 입학자 비중이 1%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전문대학의 성인 입학자 비중이 열 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도 불구하고 성인 학습자들이 전문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와 자신의 또 다른 적성 찾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학의 명성보다 취업 가능성과 새로운 삶의 설계를 위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세상 물정 잘 아는 성인 학습자들이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전문대학과 전문대교협을 만난 것을 큰 행운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와 교육에서 직업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재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행운이다. 또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문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다. 아직까지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지만, 전문대교협을 중심으로 기존의 완고한 교육 지형 속에서 전문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더욱 확장하고 강화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일까. 2019년 7월 12일에는 전문대교협과 대교협이 최초로 머리를 맞대는 역사적인 간담회를 열었다. 전에 없던 상징적인 일이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에 손을 내밀다니 말이다. 이슈는 등록금 현실화 문제다. 지난 11년 동안 등록금을 묶어 놨으니, 전국의 대학 재정은 파탄지경이다. 그 절박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대교협 입장에서는 나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기우 회장님께서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하시니, 이번 일에도 적극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전문대학 입장에서도 대교협과 함께하는 것이 현안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같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중첩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을 위해 정부에 공동 대응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은 서로 보완 관계가 되어야 한다.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가.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와 산업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직업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도 늘어 100세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환경에 적응하고, 인생 2·3 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평생직업능력 개발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학이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이에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서 교육 대상과 영역을 확장해 생애 주기별 직업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수용해 일반대학과 다른 교육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대학과의 역할 분담론이며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문대학의 이런 변화는 학습자들에게 급격한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탄력성 그리고 평생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 국가적으로는 고용률 향상과 구조화된 저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 일반대학과는 서로 윈윈하면서 보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