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63] 김황식 총리와의 인연···교육개혁협의회 활동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2011년 11월 어느 날, 국무총리실의 한 간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고 자문하는 국무총리 교육개혁협의회 위원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격월로 개최되는 국무총리 주재의 회의에 참석하여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국가의 중요 교육정책 결정과 교육개혁 추진에 자문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교육부 차관을 거쳐 인천재능대학교 총장과 전문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으므로, 현장의 의견과 교육정책 및 교육개혁에 대한 40여년간의 노하우를 국무총리에게 전해 달라는 뜻에서 위원으로 선정되었다는 총리실의 설명이다.
교육개혁협의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 대통령이 의장인 교육개혁대책회의와 국무총리가 주재하던 공교육경쟁력강화민관협의회를 하나로 통합하여, 정부 부처와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육정책 자문기구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운영되었다.
2012년 2월 15일, 나는 정부중앙청사 국무총리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8차 회의에서부터 교육개혁협의회 위원으로 참석했다. 김황식 총리가 전체 위원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는 인사말을 통해 “교육개혁협의회 일원으로서 전문대학 현장의 생각과 의견들을 잘 전달하고, 선진 국가로의 도약과 국민을 위하는 교육정책을 자문하고 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신임 위원으로서 의지를 밝혔다.
이날 8차 회의에서는 아동 누리과정에 대한 집중적인 토의가 이루어졌다. 만 5세 아동 누리과정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2013년부터 시행할 만 3∼4세 아동 누리과정의 확대 도입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여 방안을 확정했다.
김 총리는 누리과정의 의미를 다각도로 제시하며 관련 기관의 노력을 당부했다. “만 5세 아이 모두가 유아교육의 혜택을 누림으로써 교육 격차를 줄여 나가는 중대한 정책입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저출산 대책, 미래 대비 투자, 일자리 대책 등 다각적인 정책 목적이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은 지자체, 교육청과 협력 체제를 강화해서 학부모들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
나 역시 누리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어린이집 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은 통합하기 대단히 어려운 분야였는데 누리과정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이를 계기로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재원도 통합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연계, 교사 양성 과정을 통합하는 등 조금씩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어진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의 교육개혁협의회 위원 만찬 간담회는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6년 만에 찾은 총리 공관이라 누구보다도 감회가 깊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 시절 매일 총리 공관에서 살다시피 했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김 총리는 만찬 간담회에서 “올해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일하는 마지막 해인 만큼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는 이미 계획하고 진행하는 교육개혁 과제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정밀하게 챙겨 주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제9차 회의에서는 대학입학 특별전형 개선 방향, 고등교육 국제화 추진 전략, 교육기부 활성화 추진 체계 구축과 실천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대학입시의 여러 문제에 대해 김 총리는 “정부가 나서면 대학 자율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많은 영역이니 대학이 스스로 자율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갖고 학생 선발에 임해 주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대학 공동의 노력이 중요한 만큼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에서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전문대학에서의 국제화 추진 상황에 관한 총리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전문대학에서도 대학별로 유학생 유치와 교육 강화, 우수한 전문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 졸업생의 해외 취업 확대 등 국제화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10차 회의에서는 고졸 취업자 후진학제도 추진 현황 점검과 활성화 종합방안, 지난번 회의에서 발표된 지방대학 발전 방안 시안에 대해 교육개혁협의회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BK(Brain Korea) 21 후속사업 기획 시안을 교육부로부터 보고받은 후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제11차 회의에서는 교권보호 종합대책, 대안교육 발전 방안, 대학자율화 추진 계획을 심의·확정하는 한편, 대학입시 특별전형 및 전형료 개선 현황 보고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협의회의 마지막 회의인 2012년 10월 제12차 회의에서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돌봄 기능 연계·통합 방안과 2020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 수립을 포함한 Study Korea 2020 Project 안건 상정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그 결과 발전적 최종안을 만들어 낸 성과는 오늘날 전국 대학들의 유학생 유치 확대에 기반을 제공했다.
또 교육부가 제안한 고교-대학 연계 심화 과정 활성화 실천방안은 선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며, 우수 학생의 수월성 교육 수요를 공교육 체계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그 당시 교육개혁협의회에서 최종안이 결정되어 현재 다수의 대학에서 고교-대학 연계 과정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으로 감사원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의 마무리 국무총리로 취임한 김황식 총리는 조용한 성품에 위원들의 발언에 귀 기울이는 경청을 우선시했다. 법치와 안정을 중시하는 김황식 총리의 리더십으로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를 안정감 있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김황식 총리는 2년 반 동안 역대 최장수급 국무총리로 재임하면서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을 잇는 ‘명재상’이라는 세인들의 평가도 함께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총리와 함께 활동한 교육개혁협의회 위원 시절은 많은 교육정책 결정에 참여하면서 교육개혁에 앞장섰던 기쁨과 보람의 시기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