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50] “인성이 경쟁력”···재능대 금연 성공 장학금 지급

박재갑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 그는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건강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재능대에서도 금연특강을 통해 학생들 금연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 경향신문>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처음 우리 대학에 부임해 왔을 때 취업률이 수도권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말한다. 전문대학은 ‘쓸모 있는 인재의 양성’을 기치로 내걸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전문대학은 모름지기 산업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철저한 현장실습 중심 교육, 이것만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길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중요하고 실무 능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인성’이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인성’을 책임져야 합니다. 단지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업 이후 직장에 적응하고,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성입니다. 인성이 기반이 되어야 여러 사람과 화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쓸모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금연 캠페인을 실시했다. 처음 학교에 와서 놀란 것이 화장실에 가득한 담배꽁초였다. 쉬는 시간이 되면 화장실 안이 담배 연기로 자욱해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래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간 교내를 돌아보니 담배에서 비롯되는 산만하고 어지러운 분위기가 학교 내 학습 분위기를 상당히 해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바로 담배를 끊어 주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학생들을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 행복을 위해 금연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금연 성공 장학금을 주고, 5월 축제 때는 커플 금연 선언식까지 실시했다. 교내의 일부 흡연 부스를 제외한 전 구역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연에 성공한 학생들이 금연을 원하는 학생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져 흡연의 위험성 및 금연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도 만들었다. 이는 금연 의지를 되새기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또 2010년에는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가 참석한 가운데 금연 선서식을 진행했으며 2013년에는 평생 금연 선서식을 갖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금연을 선언하고 성공하면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까요?”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부감을 표현할 줄 알았던 학생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18년에도 ‘금연 장학금 수여식 및 평생 금연 선언식’을 개최했고, 금연을 하기로 신청한 146명의 학생 중에 119명이 금연에 성공했음을 선포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1인당 30만원의 금연 장학금을 지급했다. 2009년 재학생 금연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금년까지 3천여명이 금연에 동참하여 1천여 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10년간 총 2억 872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2010년부터는 인생에 귀감이 되는 명사들을 초청하여 진솔한 인생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명사 특강’ 시간을 마련했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의식을 깨우고 인생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매 학기 열두 명의 명사를 초청하여 진행하는 특강에는 재학생들의 신청이 넘쳐, 600여 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에 모여 서서 강의를 듣는 일도 생겼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한길 의원, 차동엽 신부, 박찬법 전 아시아나 회장, 박명재 차의과대학 총장,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김홍신 소설가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육성으로 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시간이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학생 지도를 위해 ‘지도 교수 책임 멘토제’를 도입했다. 학생이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졸업하고 취직하여 인생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때까지 담당 지도 교수가 인생 멘토를 맡는 것이다. 모든 전임 교수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를 분담하여 진심으로 진로와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물론 처음부터 끈끈한 사제 관계가 형성될 리는 없었다.

아직 젊다 보니 취업보다는 당장은 쉬면서 놀고 싶은 생각이 앞선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취업을 거부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며 ‘미래의 꿈을 유보하는 학생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급기야 교수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하거나 “내 인생인데 왜 상관하세요?”라며 화를 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교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다가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이런 관계와 감정은 단순히 취업률이라는 수치로는 산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인천재능대학교는 2013년 70.2%, 2014년 74.3%, 2015년 78.9%, 2016년 80.8%, 2017년 78.5%로 5년 연속 수도권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특히 2010년부터의 해외 취업 누적 인원이 164명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인재 배출 대학으로 앞장서고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첫출발하는 제자를 지켜보는 기쁨은 스승만의 특권이다. 학생의 취업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바친 땀과 눈물의 노력을 어찌 일일이 거론할 수 있을까. 다만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일을 정성을 다해 실천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바로 인천재능대학교만의 ‘인성교육’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인성이 제대로 갖추어져야만 기술과 능력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인성이 바로 경쟁력이다. 인성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력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과 같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기본적으로 인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학문은 결코 인간 행동을 제대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나는 바야흐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의 핵심 개념으로서 인성을 부활시킬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기업에서도 인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려는 경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성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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