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55] “따뜻한 리더십은 주자 4법칙에서”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나에게는 일생 동안 마음 깊은 곳에 새겨 실천하고 있는 법칙이 있다. 바로 ‘주자 4법칙’이다. 이 주자 4법칙은 ‘먼저 주자’, ‘칭찬 주자’, ‘웃음 주자’, ‘꿈을 주자’이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만들어 온 원동력이 ‘따뜻한 리더십’이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주자 4법칙이라는 실천이 가로놓여 있었다.
첫째, ‘먼저 주자’이다.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대졸 취업 경쟁률이 28.6대 1인데, 이렇게 어렵게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퇴직하는 사람이 무려 25%나 된다고 한다. 왜 이런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그만둘까? 요즘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 가정에 자녀들이 평균 5~6명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1.08명이다. 아이 안 낳기로는 세계 최고이다. 옛날 한 가정에 자녀가 많을 때는 집안에서 위계질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에게 혼나고 돌아오면, 혼날 짓을 했으니 그랬겠지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당장 아이를 대동하고 부모가 득달같이 선생님을 찾아간다. 112에 신고하는 행위도 이젠 낯설지가 않다.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심각하게 훈계하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에서 엄격하게 배워야 하는데,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군인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군인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적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휘관들의 관심은 외부의 적에 있지 않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군대 내 소위 ‘관심 사병’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휘관들은 아이 대신에 엄마가 군대에 와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이다. 엄마가 오면 우리 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자식이 한두 명밖에 없고 또 모든 문제를 엄마가 해결해 주니,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네 명 중 한 명이 퇴직하는 것이다. 따라서 받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남에게 먼저 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어느 때에 상대에게 주는가 되짚어 본다. 상대가 나에게 먼저 주었을 때가 대부분일 것이다. 남이 먼저 주지 않는 한 상대에게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상대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더라도 먼저 주면 어떨까. 그러면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내가 먼저 웃어 주면 상대도 웃고, 베풀면 베푼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돌아온다. 내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성과를 낸 일은 부하 직원에게 직접 보고하게 하고, 보고하기 꺼리는 일은 내가 직접 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서로 일을 열심히 하려고 난리여서 총리비서실 전체를 생산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먼저 주면 궁극적으로 그게 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둘째, ‘칭찬 주자’이다. 인체에서 가장 강한 곳이 어디일까? 바로 혀다. 사람은 타인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칭찬에 매우 인색하다. 가족과 친구에게 인색하고 특히 자기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다. 그러나 배우자를 칭찬하고, 자식을 칭찬하고, 동료를 칭찬하면 많은 것이 바뀐다. 칭찬에도 기술이 있다. 칭찬할 일이 생기면 바로 하고, 반대로 나무랄 때는 나중에 따로 불러서 해야 한다. 우리는 거꾸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남이 있을 때 혼내고 혼자 있을 때 칭찬하는 것은 사람을 잃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반대로 하면 그것이 사람을 키우는 가장 좋은 길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축구선수 박지성을 길이 남는 위대한 선수로 만든 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칭찬 한마디였다. “박지성 선수는 정신력이 훌륭하답니다.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히딩크의 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통역관이 전해 준 말이었다. 박지성은 키도 작고 보잘 것 없어 대학 진학도 쉽지 않았고, 평발에다 성격마저 내성적이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그런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그야말로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히딩크의 칭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안다.
셋째, ‘웃음 주자’이다. 법정에서 피고의 외모가 형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공평무사해야 하는 법 집행이 외모 때문에 좌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범죄 사건을 대상으로 한 권위 있는 조사에서 그 기대는 어이없이 무너졌다. 뛰어난 외모는 유죄나 무죄 선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형량을 가볍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웃는 인상, 좋은 인상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좋은 대학 나오고, 학점 좋고, 토익 성적이 950점이 나오므로 어떤 회사에든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착각이다. 그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취업 낙방생들은 무엇인가. 인상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을 결정짓는 것은 인상이다. 인상이 공부보다 중요하다. 사실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학생은 1년에 1% 남짓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도 1년에 15,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인상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도록 해야 한다. 첫인상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4초 동안 그 사람의 인상 전체의 80%를 파악한다고 한다. 그리고 4분 동안 대화하면서 앞으로 저 사람을 계속 만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칫 첫인상을 잘못 판단했다고 깨닫고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0시간이 지난 다음이라는 통계를 보면, 인상을 늘 좋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한두 번 보고 마는 관계라면 잘못 보인 첫인상을 회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 끔찍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또 흥미로운 통계는 우리가 얼마나 웃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람이 일생 동안 일하는 시간은 20년, 잠자는 시간도 20년, TV 보는 시간은 7년, 걱정하는 시간은 6.7년, 양치하는 시간은 3.5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웃는 시간은 불과 89일뿐이라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 많이 웃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넷째, ‘꿈을 주자’이다. 30년 전에는 자식이 부모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80%였다고 한다. 지금은 과연 몇 %나 될까?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어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전전하는 까닭이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부모 세대는 물론이고 자식 세대도 명확한 꿈을 갖는 것이다. 1953년 예일대에서 20년에 걸쳐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졸업반을 대상으로 “당신은 꿈이 있는가?”라고 질문한 것이다. 그러자 67%가 꿈이 없다고 했고, 30%가 꿈은 있는데 적지 않았다고 했으며, 3%만이 꿈을 적어서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20년 후인 1973년 이들의 삶을 추적 조사한 결과가 놀라웠다. 꿈을 적어서 가지고 있다는 3%의 학생들이 보유한 자산이 나머지 97% 학생들의 자산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즉 97%의 학생들이 3%에 지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적은 학생들과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또 그것을 위해 절실히 노력한 것이 만든 차이였다. 꿈을 적는다는 행위는 매우 단순하지만, 각자의 인생에 미치는 파장은 실로 대단하다.
나는 지금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자 4법칙을 나누어 주고 있다. 거제도 시골에서 9급 공무원이 되고,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교육부 차관, 또 지금은 대학 총장으로 일할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지식과 정보 등 무형의 자본이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나누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리더’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 실력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 한 조직이나 사회를 발전시키는 근간이다. 이것이 바로 주자 4법칙으로 응축된 ‘따뜻한 리더십’을 여전히 내 책상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적어 놓고 실천하고자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