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56] 조병화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것이다”

조병화 시인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 소설에서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 사랑은 무엇으로 하는가. 말로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도 말로 이루어진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 살아 움직여서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말은 생명력이 있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부정적이 되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긍정적이 되는 법이다. 말에 따라 긍정의 힘, 부정의 힘이 나온다. 나는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한다.

말은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말,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월요병’을 예로 들어 보자. 사람들은 대체로 월요일을 싫어한다. 주말에 쉬었다가 월요일이 되면 한 주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요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피로와 지겨움을 연상한다.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은 새벽을 맞이할 때마다 ‘오늘 새롭게 할 일을 생각하며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 월요병이란 말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월요병을 생각하면 월요병이 생기고, 생각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까닭이다.

“항상 활기차게 활동하시는데 총장님도 외로우실 때가 있으세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제 사전에 외로움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조병화 시인

나는 지금까지 늘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을 해왔다. 조병화 시인이 시 「천적」에서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나는 늘 나 자신을 이기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지난 10년 동안 나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늘 10년이라고 말한다.

만약 감기 기운이 있으면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에게 말로 타이른다. “아, 감기 기운이 있구나. 이 자식들이 감히 나한테 들어와?” 그렇게 나 스스로가 의식을 일깨우면서 내 몸과 컨디션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그러면 희한하게도 감기 기운이 딱 떨어졌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평생 늘 내 안의 예전 라이벌을 철저히 죽이는 훈련을 해 왔기에 감기나 외로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디 가면 늘 “너는 주름도 없고 왜 이렇게 젊어?”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한다. 말을 통해 나를 최상의 몸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아직까지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무얼 해도 지치지 않고 내 몫을 해낸다. 나를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나를 만나 온 사람은 내가 충분히 그걸 해내리라는 것을 알고, 또 믿는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할까?’ 이 정도면 평생 사회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삶에 후회는 없다. 내가 이 세상에,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 그렇기 때문에 불행하다거나 불운하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각하는 것은 요즘 젊은 세대에 관한 연민의 마음이다. 흙수저, 금수저 논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3포라는 말이 나오더니 5포, 7포, 9포까지 나오다가 최근에는 다 포기한 ‘다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포기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세대가 안타까운 것이다.

우리 세대는 태어나서 일하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며 성장한 시기가 대체로 나라의 경제 발전과 맞물려서 진행되었다. 고도성장 시대였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과 출세의 기회도 많았고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만 열심히 일하면 그에 합당한 기회가 주어졌고 또 그 기회가 다시 좋은 발판이 되어서 임계치를 뛰어넘고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갖춘 사회에 살았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내가 20대에 했던 역할, 30대 초반에 벌써 사무관이 되어 하던 일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40대가 되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국가 발전이 정체된 상태이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성장 기회가 부족하다. 역동적으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던 시기가 지나고 저성장 시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세대보다 훨씬 풍족해졌지만 미래의 꿈을 그리며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안 된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더욱더 지금 내가 맡은 대학 총장이라는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가 그들의 꿈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도록 마지막 남은 내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

내가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고, 가장 큰 실패는 포기이며, 가장 크게 망하는 것은 절망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사회라는 더 큰 울타리 속으로 진입하게 될 여러분은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집념과 열정으로 자신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재능인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말에는 말한 대로 이루어지는 놀라운 힘이 있다. 늘 명심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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