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54] ‘주전자 정신’과 ‘250 법칙’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내가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주전자’ 정신이다. ‘주인 정신’과 ‘전문성’, ‘자존감’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 ‘주전자’이다.
이 주전자 정신을 가진다면 사회에 나가서 못 해낼 것은 없다고 말해 준다. 첫째로 주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 주인 정신은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만들어 준다. 주인 정신은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이 가지는 태도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주인과 종은 어떻게 다른가. 주인은 스스로 움직이지만 종은 시켜서 움직인다.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 하는 사람과 억지로 하는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공부할 때 재미있고 효과도 있다. 스스로 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나는 스스로 행동하여 감동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전설적인 세일즈 맨 조 지라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 지라드는 35세까지 인생의 낙오자였다. 고등학교 중퇴에 변변한 기술도 없던 그는 구두닦이, 접시닦이, 난로 수리공, 건설 현장 인부 등 40여 개의 직업을 전전했다. 자동차 세일즈에 도전하면서 생각을 바꾸어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그는 15년 동안 1만 3001대의 자동차를 팔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기간에 무려 열두 번이나 미국 전역 판매 실적 1위를 차지하여 전설적인 자동차 세일즈맨이 되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250의 법칙’이다. 한 사람의 인간관계 범위는 대략 250명 수준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고객을 250명을 보는 것과 같이 생각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왕처럼 대우했다. 한 사람의 고객을 감동시키면 250명의 고객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다. 반면에 한 사람의 신뢰를 잃으면 250명의 고객을 잃는 것과 같다. 그는 고객들에게 매달 1만 3천장의 카드를 보내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할 때 사람들은 감동을 느낀다. 주인 정신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면 기회의 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
다음으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전문성은 자기 분야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자신이 다니는 학과에서 전공 과목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 나가게 된다. 학생 시절에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전문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졸업 후 취업하면 자기가 하는 직무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한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1만 시간의 법칙’과 관련해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작곡가, 야구 선수, 소설가, 스케이트 선수, 피아니스트, 체스 선수 등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존감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존재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 5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를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 존중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한다. 4단계 존중의 욕구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욕구 5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감은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감과 언제든 스스로를 포기하려는 유혹을 이겨 낼 수 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끈기가 있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란 말이 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자존감과 끈기를 강조하기 때문에 졸업식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상기시켰다.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꾸준함뿐입니다. 번뜩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은 한순간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반복하는 습관의 산물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갑자기 스친 아이디어 하나가 창조는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 그것이 바로 창조인 것입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칠십 평생 열 개의 벼루를 갈아 없애고 천 자루의 붓을 닳게 했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명필은 타고나지 않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신필의 경지에 오른 것은 바로 피나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저는 그 노력을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인 큰 산이 아니라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작은 모래알이다. 사소하다고 생각하며 무시했던 일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소소한 일상이 무너지면 일생이 무너진다. 작다고 간과하지 말고 더 큰 정성으로 메꾸어 나가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럴 때 작은 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확실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주인 정신, 전문성, 자존감으로 뭉친 주전자 정신 그리고 소확행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할 때 무한경쟁의 험난한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