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척피니·워런버핏·빌게이츠와 ‘코로나19’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세상에 와서 살다가 일대사를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즉 △무상공덕 △상생의 선연 △청정일념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이 세 가지 공덕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고 행동을 하고 있다.
원칙의 하나는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닦은 바가 크지 않으니 바보처럼 사는 것이다. 즉 조금 밑지며 사는 것이다.
두 번째 상생의 선연은 가능한 무조건 베푸는 것이다. 베푸는 방법은 정신·육신·물질로 한다. 그리고 셋째는 앉아서 말로 하지 않고 맨발로 뛰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온몸을 던져 뛰어든다.
그런데 그 무상공덕을 쌓기 위해서는 물질을 많이 베풀어야 하는데 전생에 지은 바가 별로 없어서인지 재물 복이 없어 크게 베풀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공덕을 짓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심공덕(心功德).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마음으로라도 잘 되라고 빌어주면 그것이 공덕이다.
둘째, 행공덕(行功德).
자신의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 작용으로 덕을 베풀고 자기의 소유로 보시를 행하여 실행으로 남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셋째, 법공덕(法功德).
대도정법의 혜명(慧命)을 이어받아 그 법륜(法輪)을 굴리며, 정신 육신 물질로 도덕회상을 크게 발전시키는 공덕이다.
미국 뉴저지의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척 피니라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크리스마스카드 판매, 샌드위치 판매, 파라솔 대여 등 돈버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파악했던 이 남자는 어려서부터 차곡차곡 재산을 불렸다.
저축한 돈으로 29살에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여 40대에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억만장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척 피니 애틀랜틱 필랜트로피즈’사의 의장이다. 그는 사업 성공으로 많은 돈을 모았지만 언제나 돈에 집착했고, 1988년 경제지에 돈밖에 모르는 억만장자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던 1997년 척 피니는 면세점 매각 법정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밀 회계장부를 검사에게 들키고 말았다. 뉴욕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약 2900회의 지출내역이 발각되었다. 금액은 자그마치 4조4천억의 큰돈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빼돌렸을 것이라 추측했지만, 곧 진실이 드러났다.
비밀장부의 지출내역은 전부 기부였다. 1982년부터 기부재단을 설립해 세계 각국에 재산의 99%를 기부해왔다. 그는 선행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제가 기부한 것이 밝혀지면 지원을 끊겠습니다.” 비록 이 사건으로 기부 비밀유지는 물 건너갔지만, 그의 기부활동은 계속됐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하루에 1백만달러를 매일 기부해 2017년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은 우리 돈으로 9조5천억원에 이른다. 총 자산 중 99%를 기부해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가뿐히 제치고 자산대비 기부비율 순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검소했다.
손목에는 15달러 짜리 플라스틱 시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식사도 그냥 일반식당, 비행기 좌석은 당연히 이코노미석이다. 심지어 자신 명의로 된 자동차와 집도 없어 임대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척 퍼니는 겸손하게 말한다.
“나는 돈을 정말 좋아하지만, 돈이 제 삶을 움직일 수는 없어요. 필요한 것보다 많은 돈이 있기 때문에 기부하는 거예요.” “한번에 두 켤레의 구두를 신을 순 없다.” “죽어서 하는 기부보다 살아서 하는 기부가 더욱 즐겁다.”
그는 자신에게는 검소한 빈손의 아름다운 부자가 아닌가? 우리는 보통 공덕을 세상을 위해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세상을 위해 좋은 인연을 짓는 것을 공덕행이라 한다. 하지만 그보다 깊은 의미는 공덕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업(業)을 지운다는 의미가 더 크다. 즉 공덕 탑은 바깥에 쌓는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서 쌓아나가는 것이다.
지금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져있다. 우리도 무상공덕행의 화신은 못되더라도 형편대로 이 무상공덕행의 대열에 뛰어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