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특파원이 본 코로나19 대구 현장···“절제·침착·고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 박세리의 맨발 투혼을 보여준 ‘2018 US여자오픈 골프대회’ 기억이 생생하다.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국난극복의 희망을 불어넣어준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박세리 선수의 쾌거였다.
그 국난이 새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또다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때에 한 외신기자의 기사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준 것 같아 전문을 전한다.
<조선일보> ‘윤희영의 News English’ 보도에 따르면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 특파원이 대구에 직접 가서 현지상황을 생중계한 후 기자수첩 형식으로 쓴 기사다.
『대구는 한국에서 넷째로 큰 도시다. 사과로 유명했던 곳인데, 코로나19로 더 유명해졌다. 한국의 급증하는 코로나19의 진원지다. 그런데 공황 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대구는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됐다. 그러나 봉쇄된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언제든 대구를 벗어날 수 있고, 애완견 산책을 시키거나 식료품을 사러 나갈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마스크가 절박한 공급 부족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선다.
취재진은 한 병원에서 언제쯤이면 앰뷸런스가 아픈 아버지를 모시러올 수 있느냐고 차분하게 묻는 한 남성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내 집에 돌아가 순서를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순순히 발길을 돌렸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 한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취재진은 방호복 차림의 구급대원들이 운전하는 앰뷸런스가 줄줄이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감염환자를 내려놓은 앰뷸런스는 즉시 호스로 살균제가 뿌려지고 차내 훈증소독 처리가 된 뒤 곧바로 방향을 돌려 또다시 출동했다. 이 병원 원장은 의사, 간호사, 의약품, 병상 등 모든 것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그는 생명을 구하는 24시간 업무로 되돌아가며 취재진에게 전 세계에 전할 한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병원이 대구 시민들을 구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Noah’s Ark to save Daegu citizens)’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심각한 전염병은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 대구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것이 새 일상이 된 2020년, 우리들에게 삶의 모델(model for life)처럼 비쳤다.』
어떤가?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스크 몇 장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사람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를 믿고 힘을 합해 이 전쟁 같은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한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지나치게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닌 외신기자의 눈에는 신비하게도 우리의 실정이 정확히 보이는가 보다.
우리는 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낼 수 있다. 그 증거로 우리가 일찍이 겪었던 ‘IMF 금모으기운동’처럼, 지금 ‘착한 임대료운동’이 점차 타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초 전주 한옥마을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면서 시작된 ‘착한 임대료’가 보름만에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제 가히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폭발적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도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36만에 달하는 대구 경북 자영업자들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다. 이밖에 서울 남대문시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 부산 전포카페거리,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전국적으로 ‘착한 임대료 운동’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도 이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금융 등 일부 기업에서는 자사 소유의 건물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며,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전액을 면제하는 파격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KT 역시 이 임대료 인하 대열에 이미 동참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을 정부에서 부담’ 하는 등 동참과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계획은 이밖에도 20% 이상 참여시장에 대한 시설개선 지원,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소유 건물의 임대료 대폭 인하, 매출액 연동 임대료 납부기간 유예 등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는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다.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 외국 특파원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