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당선자 울린 가난한 시인의 ‘청혼시’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4.15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 서울 ‘광진을’에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꺾고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당선인 이야기다.
고민정 당선인의 남편은 전북 정읍 출신의 조기영 시인이다. 이들 부부는 경희대 중문과 선후배 사이로 남편이 11년 연상이다. 둘이 처음 만날 당시 조기영 시인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조 시인은 고민 끝에 고민정에게 이별을 고했다.
고민정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 만남을 이어갔다. 고민정은 조기영을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을 다지며 둘만의 사랑을 키워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기영은 고향 정읍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서울로 돌아와 고민정에게 청혼 시를 보낸다.
‘청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 방에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 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는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 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 가는 단풍은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필자는 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이 얼마나 감동어린 시인가?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처음 들어선 국회에서도 이 사랑이야기처럼 아름다운 정치를 하리라 믿는다. 싸움을 일삼는 국회에 아름다운 정치의 꽃을 활짝 피어가기를 간절히 축원한다.
필자와 같은 노년의 사랑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노인이라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원이 다른 큰 사랑을 하는 것이다. 이젠 불보살(佛菩薩)의 위대한 사랑을 꽃피우는 것이 노년의 사랑일 것이다.
<장자> ‘잡편’(雜篇)에 성인(聖人)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사랑과 미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람들의 본성이고, 오직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이 성인의 본성이다.”
그렇다. 불보살은 만물의 속박에 달관한 사람을 말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본다. 천명(天命)으로 돌아가 행동하고 하늘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따르고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불보살은 아름답고 추함을 나누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혜안을 갖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장미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하지만 장미꽃도 분별(分別)하면 미추(美醜)가 갈린다. 무엇을 분별하면 모순과 갈등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구분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그리고 지극히 아름다운 자연만이 남는다. 이렇게 분별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불보살의 사랑이다.
불보살은 이렇게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에 사람들이 부처라 혹은 보살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사랑과 미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참 삶을 사는 불보살에게는 분별하지 않기에 오직 사랑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불보살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이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진리를 깨친 불보살의 가장 큰 특징은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나 만물들과 자신을 똑 같이 하나라고 여긴다. 불보살의 삶에는 어떤 분별도 없는데 어찌 사랑과 미움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오직 아름다운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고민정-조기영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가 자신들을 넘어 멀리멀리 퍼져가길 바란다.
마음 따뜻해 지는 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