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中관영매체 동원 美 집중공격···”6.25한국전쟁 연상시켜”

평행선 달리는 미국과 중국. 트럼프와 시진핑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에 꽂혀있다

환구시보 편집인 “중국 전혀 두렵지 않아”
인민일보 “중국기술 유해론 멈춰라”
신화통신 “미, 굴욕적 협정 압박, 비이성적”

[아시아엔=이정철, 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중국의 6·25전쟁(한국전쟁) 참전과 연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애국심 고취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해 중국인들의 단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시나닷컴>(新浪網·신랑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우리에게 조선전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후시진 총편집인은 “그 전쟁은 3년 넘게 싸웠고 그 후 2년간 논의했는데 우리의 전장에서 의지와 성과 때문에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숙이게 만들었다”면서 ‘상감령’(上甘嶺) 전투 정신을 강조했다.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10∼11월에 있었던 오성산(저격능선) 전투를 상감령 전투라 부르며 최대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후 총편집인은 “우리는 상감령 정신을 고양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면으로 봐야 한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극한의 인내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삶을 통해 상대방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측이 중국의 완전 타협을 유도해 일부 주권을 넘겨받거나 장기전을 통해 중국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서 “하지만 중국인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워싱턴이 단기전으로 중국을 무너뜨릴 가능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내부 경제 및 사회생활의 번영에 힘써야 하는데 이게 바로 대미 지구전의 생명선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는 슬픈 노래가 아닌 신나고 웅장한 행진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도 지난 16일 항미원조전쟁 영화인 <영웅아녀>(英雄兒女)를 긴급 편성해 방영했다. CCTV는 17일에도 6·25전쟁을 다룬 영화인 <상감령>(上甘嶺)을 방영했다.

영웅아녀와 상감령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전쟁에 자원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부모·부부·전우 간 생사 이별을 줄거리로 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지도부로서는 중국인들의 불만을 미국으로 돌리기 위해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미국을 정조준해 “향을 피우는 사람은 스스로 향기롭고 냄새나는 사람은 스스로 냄새가 난다”며 미국에 대해 ‘중국 기술유해론’을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 제조업체 화웨이를 ‘불확실한 실체’로 규정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의 일부 관리들이 전 세계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중국 기술 유해론’을 퍼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통신감시 활동을 폭로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인들은 자신이 과학기술로 나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또 다른 논평에서 “미국과 달리 세상은 이미 과거의 세계가 아니므로 미국이 ‘단극 세계’를 재건할 수 없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막을 수 없다”면서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신화통신도 시평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중국 무역 분쟁을 일으켜 중국에 굴욕적인 협정을 맺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는 자신을 세계의 맹주로 여기는 것이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중대한 전략적 오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비이성적 태도”라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세계화 추세에 역행해 대중국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찧는 것”이라면서 “미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얻어내는 ‘미국 우선주의’는 황당무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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