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중앙위 ‘웨강아오(粤港澳) 대만구(大灣區) 발전계획’ 발표‧‧‧홍콩 102번‧마카오 90번‧광저우 41번‧선전 39번 언급

홍콩 풍경

[아시아엔=편집국]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가 2월 18일 ‘웨강아오(粤港澳) 대만구(大灣區·다완취·Greater Bay Area) 발전계획요강’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홍콩과 마카오를 언급한 횟수가 중국 본토 도시보다 월등히 많다. 웨(粤)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뜻한다.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계획은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40년 만에 주장강 삼각주(광둥성) 일대를 제조중심에서 첨단기술중심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중국 공산당의 야심찬 계획이다. 이른바 만구경제(灣區經濟, bay area economy)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만 무역항을 배후에 둔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혁신 지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전, 광저우, 주하이, 둥관 등 광둥성 9개 도시에 홍콩, 마카오를 포함해 총 11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 발전시키는 게 골자다. 홍콩과 마카오는 영국과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며 수백년 쌓은 국제화 경험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침내 대만구 로드맵이 나왔다”면서 관련 내용을 신속 보도했다. 18일 상하이 및 선전 거래소에서는 금융, 과학기술, 반도체 관련 주들이 일제히 올랐다.

웨강아오 대만구 정책은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정책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세부 계획은 당 중앙위원회가 한 중대한 의사 결정일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직접 계획에 참여하고 홍보하는 국가전략”이라고 전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도 “홍콩 등 11개 도시를 실리콘밸리와 도쿄만에 필적하는 혁신 및 금융 허브로 통합 발전시키겠다는 시진핑의 포부에 크게 환영한다”며 시 주석을 직접 거론했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대만구 일대에 관심을 보였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인 2012년 말 3주간에 걸쳐 개혁개방 도시 1호인 선전, 주하이, 광저우 등을 찾았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토목 굴기(堀起)를 상징하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 개통식에 참여했다. 지난해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 참여한 후 일대 제조기업을 둘러보자 ‘신남순강화(新南巡講話)’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992년 중국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은 88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선전, 주하이 등 남쪽 도시를 순시하면서 개혁개방 확대를 주문한 것을 빗댄 것이다. 시 주석은 “제조업의 혁신 역량은 혁신과 원천기술의 확보에서 나온다”며 중국의 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개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강주아오 대교

이번에 발표된 대만구 발전계획에는 △혁신과 개혁을 발전 동력으로 삼을 것 △홍콩·마카오, 광동의 상호소통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 △젊은이들의 창업을 위한 보다 많은 기회와 환경을 제공할 것 △홍콩·마카오 기업이 본토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할 것 △홍콩-심천-광저우 간 고속철도의 통관 절차를 새롭게 개선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원래 광둥성은 ‘주장강 삼각주’ 개발계획 아래 발전해왔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선전, 광저우, 둥관 등 주장강 삼각주 지역 도시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키웠다. 이 계획의 롤 모델은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 아시아 4룡이었다. 2017년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맞은 중국 정부는 롤모델을 바꿨다. 홍콩, 마카오까지 끌어들여 광둥성 일대를 샌프란시스코만이나 뉴욕만에 버금가는 경제권으로 키우겠다는 대만구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대만구 지역 내 GDP는 이미 1조5000억달러로 샌프란시스코만을 넘어서고 뉴욕만과 근접한 수준에 와 있다.

대만구 발전계획에 홍콩과 마카오가 집중적으로 언급된 것은 미중무역전쟁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기준에 충실히 부합하는 대만구 발전계획을 수립해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지적재산권 절취 △기술이전 강제 △중국기업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경제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세부 계획에는 광둥성에 ‘국제상업은행’의 신설, 상하이와 홍콩, 선전과 홍콩 증권 거래소의 협업 등이 명시돼 있다. 홍콩, 마카오의 은행과 보험사가 광둥성 진출할 때 본토와 같은 지원책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나와 있다.

대만구 경제통합을 가속하는 인프라 건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광저우-선전-홍콩 간 142km 고속철도가 뚫렸다. 홍콩에서 선전, 광저우까지 각각 16분, 48분 내로 주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달 뒤 10월에는 ‘바다 위의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55㎞ 길이의 강주아오 대교도 개통됐다. 이 다리를 이용하면, 배편으로 3시간 걸리던 중국 중산·주하이에서 홍콩까지의 이동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었다. 올해에는 홍콩의 서북부와 선전 동부 고속도로를 바로 연결하는 7번째 입경소(출입국 사무소)도 열린다. 선전과 중산을 잇는 대교는 2024년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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