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5월에 생각해보는 ‘좋은 죽음’의 조건들

한국은 미국·일본·영국과 어떻게 다른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인간은 태어나서 생로병사 과정을 거쳐 죽음에 직면한다. 사망자의 70%는 질환에 의해 사망하며, 30%는 급사(急死)한다. 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존경과 존엄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대해지는 것 △통증이나 다른 증상에서 해방되는 것 △친근한 환경 안에 있는 것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있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매년 증가하여 2015년에는 약 74.6%(암 사망자는 90.6%)에 이른다.

주요국가별 사망자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비율은 △네덜란드 29.1% △스웨덴 42% △미국 43% △영국 49.1% △프랑스 57% 등이다. 일본은 75.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생명 관련 ‘삶의 질’ 국가 순위는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안도라, 영국, 핀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등이며, 우리나라는 35위이다.

임종기(臨終期)란 환자가 회생(回生)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급성 및 만성 질환의 경우, 임종기는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수 일 내지 수 주 내에 환자 상태가 악화되고 사망이 예상되어 환자와 가족이 임종 돌봄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시점이다.

말기환자가 의사의 말기 통보를 거부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고통 속에서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게 된다. 반면 말기 통보를 수용하면 좋은 추억 만들기, 가족 및 친지들과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갖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임종시엔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을 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가족과 함께 용서·화해·사랑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좋은 죽음’과 관련해 미국인은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평화 △가족과 함께 있는 것 △정신적인 각성 등을 꼽았다. 영국인은 △익숙한 환경 △존엄과 존경 유지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 △의료진과 좋은 관계 등을 제시했다.

또 일본인은 △신체 및 심리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 △의료진과 좋은 관계 △희망과 기쁨 유지를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꼽았다.

로마 공화정 시대의 탁월한 정치가이며 웅변가,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라고 말했다. 키케로는 저서 <노년에 대하여>에서 “나이를 먹어서 누릴 수 없게 되는 즐거움은 더 고차적이고 세련된 즐거움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주자는 <세시오계>(歲時五計)에서 5가지 계획을 잘 준비해야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삶에 대한 생계(生計) △몸에 대한 신계(身計) △가정에 대한 가계(家計) △나이 듦에 대한 노계(老計) △죽음에 대한 사계(死計) 등이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죽음학’을 강의하는 쉘리 케이건 교수는 사람들이 죽음을 회피하는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즉 누구나 죽는다는 죽음의 필연성, 얼마나 살지 모른다는 죽음의 가변성,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편재성이다. 케이건 교수는 “이 네가지 이유 중에서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이 죽음을 회피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무관심과 부정, 회피, 혐오인 경우가 많다. 평소 죽음에 관해 완전히 방치된 상태로 있다가 본인이나 가족, 주변인의 죽음이 닥치면 당황해 한다. 고려대학교는 작년 3월 ‘죽음교육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선 ‘죽음학’(thanatology)을 연구하고 죽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죽음학은 죽음의 원인, 조건, 이론 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분야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죽음의 구현을 뜻하는 타나토스(Thanatos)가 어원이다.

죽음교육(death education,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여러 대학에서 죽음교육(죽음의 사회학)을 해왔다. 죽음도 삶처럼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므로 노년기를 위시하여 유년기, 청소년기에 미리 배우는 게 좋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나아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면 할수록 남은 생은 더욱 농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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