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정신질환①] 화창한 봄날, 우울증 등 정신건강엔 역설적으로 ‘혹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5월은 세상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는 싱그러운 계절이다. 그러나 화창한 봄날에 역설적으로 정신건강에는 혹독한 계절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3-5월 봄철에 서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월평균 300명으로, 연간 자살자 수의 40%를 차지한다. 봄에는 우울증과 조증이 악화되기 쉽다. 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10-15%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 10명 중 3명(27.1%)이 우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럼에도 13-24세 청소년 10명 중 1명(10.7%)은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은 28%에 불과했다.

조울증(躁鬱症, bipolar disorder)은 마음의 병으로 정신의학에서는 ‘양극성 장애’라고 부른다. 이는 조증과 우울증의 양 극단 사이에서 기분이 변화하는 특징적인 증상을 나타내며, 이러한 기분 변화는 수 시간, 수 주 또는 수 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조울증은 전인구의 1% 정도가 평생에 한번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울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조증보다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기간이 3배 이상 길다.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조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쁜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가벼운 조증 단계에서는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질환을 감지하기 쉽지 않아서 그저 활기찬 상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직업 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점점 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생긴다. 다양한 활동을 이것저것 시작하기도 하고, 과한 자신감으로 고집이 세져서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거나 싸움을 하기도 한다.

조울증은 우울한 증상이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인돼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우울증은 사실 조울증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슷하게 우울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조울증과 우울증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조울증에는 기분조절제라고 불리는 항정신병 약물 등이 사용되지만,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완화된 경우에는 정신치료를 함께 실시하면 효과가 좋다. 이는 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 심리적 원인을 해결하고, 의사소통 능력를 증진시키며 대인관계를 호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울증(Depression)은 중년 이후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 장애이며, 증상은 다양하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기본이며, 무기력과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 따라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우울증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이 원인인지 밝히기 위해 상담과 문진부터 시행한다. 즉, 갑상성 기능이 떨어져 우울증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으며, 복용하는 약 때문에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고 음주 후 상습적으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원인이 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는 육체적 질병과 심리적 질병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도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예를 들면, 기분이 우울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약을 처방하여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에 중년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건강하면 다른 질병도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이 있는 중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부터 치료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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