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호 인디언’의 ‘메멘토 모리’···”죽을 때 자신이 기뻐할 삶 살아라”
서부영화 ‘매그니피센트 7’ 스틸컷. 백인들은 서부개척시대 수많은 인디언을 희생시켰다. 나바호족(族)은 미국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으로, 인구는 약 30만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 박사]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凱旋)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즉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으므로 겸손하게 행동하라”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나바호(Navajo) 인디언의 ‘메멘토 모리’는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아라”는 교훈의 뜻이 담겨있다. 나바호족(族)은 미국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이며, 인구는 약 30만명이다.
나바호 인디언은 자신들의 구전(口傳)언어로 적군이 해독 불가능한 암호를 개발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 암호통신병으로 활약하며 연합군 승리에 기여했으며, 6·25전쟁 당시에도 1만여명이 참전했으며, 이 가운데 200여명이 생존해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90세 전후의 고령인 나바호 인디언 노병(老兵)들에게 평화의 메달을 수여하고 감사를 전했다.
미 육군 제2보병사단의 부대 마크는 화이트 스타에 ‘인디언 헤드’가 그려져 있다. 즉, 흰 별 안에 인디언 추장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한국과 미2사단의 인연은 6·25전쟁을 통해 맺어졌다. 전쟁 발발 이후 1950년 7월 미국 파병부대 중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으며, 유엔군 중 처음으로 평양에 입성했다.
우리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면서 죽음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이승과 저승은 삶과 죽음의 거처이며, 삶의 공간을 이승이라 하고, 죽은 뒤의 공간을 저승이라 부른다. 몸에 깃들어 있는 이승의 생령(生靈)과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사령(死靈)은 죽음을 경계로 달리 본 부름이다. ‘돌아가시다’라는 말은 이승에서의 삶을 다 살고 원래의 자리인 저세상으로 ‘돌아가서 살게 된다’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이승과 저승’이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나, ‘천당과 지옥’이라는 사후세계의 경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종교문화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은 불교와 기독교이며, 죽음의 문제에 관하여 이들 종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 많다. 즉, 사후세계가 있으므로 죽음은 단순히 기피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사후에 보다 나은 세계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선행과 공덕을 쌓아야 한다.
불교의 회심곡(回心曲)에는 ‘모든 사람은 부처의 공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이승에서 부처를 믿고 좋은 업을 많이 쌓으면 극락으로 가고, 악업을 지으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내용이 담겨 있다. 회심곡은 인간의 출생에서 저승길까지 인생의 고비를 애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에 집중이 되어 있고, 죽음이 임박한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생명의 연장과는 배치되더라도 최대한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을 찾아본다든지 하는 측면에서는 훈련이 안되어 있다. 의료행위와 달리 환자의 심리나 인격체로서의 존중 등은 교육 내용이 전혀 다르다.
고령화시대에서 ‘죽음’이 문화적 화두가 되고 있으며, ‘죽음의 문화’가 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슈카쓰(終活)가 한 해 20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슈카쓰’란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하며 장례 및 묘지 준비, 유언, 상속절차와 같은 기본적인 준비와 더불어 간병보험, 은퇴 후 자산운용도 포함된다. 이는 배우자나 자식 없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이 많아 장례 절차나 재산, 주변 정리를 준비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1만9000명이 넘는 인명이 주로 쓰나미에 휩쓸러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대형참사를 계기로 삶과 죽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의 마무리를 충실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 사회적 관심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편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대지진 이후 가족 간의 유대가 중시되면서 독신 노년층이 재혼에 도전하는 혼활(婚活)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산 자와 죽은 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장례문화를 개선하여야 한다. 생전에 자신의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종활(終活)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고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