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근 한 달간 많이 아팠다. 어디가 크게 고장난 것 같지는 않은데 온 몸이 아팠다. ‘아마 갈 데가 가까워서 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화장실 다녀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 후유증인지 온 몸이 꼭 매 맞은 느낌이다.
나는 평소 죽음에 관해 관심이 많다. 미리 죽음을 연마해 두면 떠나갈 때 종종걸음을 치지 않아서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정현채 서울대의대 내과학(소화기학) 교수는 10년 넘게 ‘죽음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 없는가>에서 죽음에 관한 것을 발췌, 요약 정리한다.
첫째, 임종 직전의 신체 변화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신체에 몇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체중감소·식욕감퇴·쇠약·부종 같은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정신착란·불안·흥분 같은 정신적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하거나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세상사에 대한 관심도 옅어진다.
임종이 좀더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감소하고, 호흡 변화와 함께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며,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푸른빛이나 자줏빛 반점이 나타난다. 이밖에 떨림, 발작, 근육경련,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이같은 발작 증세를 보일 경우, MRI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간질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투여하는 일이 종종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의료진은 살인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쇠는 고장이 난 것이 아니다. 이를 테면 기계가 수명을 거의 다한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돼 세상을 떠날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나 또 다른 깨어남이므로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둘째, 삶의 종말체험은 죽음과 관련해 일어나는 중요한 영적 현상이다.
근사체험(近似體驗)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떤 환영을 보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먼저 떠난 가족이나 친지 또는 친구가 임종하는 사람을 마중 나온다. 이는 임종하는 사람과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지막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사체험은 죽음 직전에 경험하는 사후세계로서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을 갖고 체외이탈을 경험하고, 터널을 통과하거나 밝은 빛과 교신하며, 천상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가족 및 친지와 만나고 자신의 생을 회고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렇게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뜻하는 것’이다.
셋째, 죽은 뒤 어떻게 될까?
인간은 육신이 죽은 후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파동의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서만 존재하는데,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은 서로 모이게 된다. 즉 영혼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육신을 벗어나 비물질계로 옮겨 갔다고 해서 갑자기 깨달음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생에서 성취한 영적인 발달 정도에 따라, 각자의 영혼이 끌리게 되는 여러 수준의 차원이 있다. 영계에는 비슷한 진동수를 가진 영혼들의 공동체가 수없이 존재하며, 이들과 계속 유대를 갖고 집단을 이뤄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낮은 도덕적 특이 중력을 지닌 사람들은 일단 낮은 수준으로 몰린다. 하지만 발달한 영들은 같은 레벨 영들의 도움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점차 진화해 간다. 죽어서 육신을 벗어난 신참 영혼은 사후 1차 영역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근사체험이나 삶의 종말체험을 알고 있으면, 죽음에 대해 막연히 품고 있던 불안과 공포가 크게 줄어든다.
죽음 준비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각종 도서, 서화, 자료 등을 모두 신축할 원불교 여의도교당 문화원에 기증한다고 유언을 해두었다. 유언장은 두 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육신은 화장해 가까운 선산(先山)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해 병원으로 실려갈 때, 일체의 치료를 거부하는 ‘의료거부의정서’도 이미 작성해 두었다. 육체는 죽으면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흩어진다. 하지만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소주 한 잔 나누면서 같이 살던 때를 추억하는 정도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