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 목련꽃 이루지 못한 사랑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옛날 옛날 하늘나라에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었다. 공주는 너무나 아름다워 날아가는 새들도 멈추어 보고, 구름조차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였다. 그런 공주를 하늘나라 귀공자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심을 사려고 여러 방법을 써보았지만 야속하게도 공주는 한번도 거들떠보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공주는 오직 북쪽 바다를 지키는 사나이답고 늠름한 해신(海神)에게 반해서 밤이나 낮이나 북쪽 바다 끝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나라 임금님이 아무리 말려도 공주의 마음은 이미 기울어진 뒤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혼자서만 애태우던 공주는 어느 날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온갖 고생 끝에 드디어 북쪽 바다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해신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실망한 나머지 공주는 그만 바다에 몸을 던져버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북쪽 바다의 해신은 공주의 죽음을 슬퍼하여 그녀의 시신을 고이 수습하여 양지바른 곳에다 묻어 주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자기의 아내에게도 잠자는 약을 먹여서 그 옆에 나란히 잠들게 하고는 그는 평생을 홀로 살았다.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하늘나라 임금님은 가엽게 여긴 나머지 공주는 백목련으로, 북녘 해신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랑을 다하지 못한 미련 때문에 목련꽃 봉우리는 항상 멀리 바다의 신이 살고 있는 북쪽 하늘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1829년 3월 4일, 미국 제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앤드루 잭슨은 대통령 취임식 두달 가량 앞두고 안타깝게도 아내 레이철을 잃었다. 잭슨은 아내를 그리워 해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목련나무의 싹을 가져다가 백악관 뜰에 심었다. 잭슨은 백악관에 머문 8년 동안 목련나무를 보며 아내를 그리워했다. 그 뒤로 미국 사람들은 이 목련나무를 ‘잭슨 목련’이라 불렀다. 봄마다 다시 꽃피는 잭슨 목련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되새긴다고 한다.
2014년 4월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잭슨 목련 묘목을 희사해 안산 단원고 정문 앞 언덕에 심었다. 그 잭슨 목련이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 어린 학생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을 에인다.
세월호 참사로 시신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하였다. 우리는 그날의 참사를 잊을 수 없다. 침몰 그 시간, 세월호 ‘전원구조’ 보도가 터져 나오자 우리는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는지···. 그런데 참사 당일 ‘전원 구조’ 오보는 경찰의 무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무전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고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을 유가족들의 슬픔에 다시 한번 위로를 보낸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등 SNS에 게시한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습니다’라는 추모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되었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정치를 더 절박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 사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낼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 지속을 약속했다. 또 경기 안산시에 만들어질 ‘4·16생명안전공원’과 관련해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며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담기게 된다”고 했다. 안산시와 함께 안산시민과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모순의 결정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억울하게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는 물신주의(物神主義)와 경쟁구조가 만든 비극이기도 하다. 이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어른들 모두가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는 없다. 이 비극을 승화시켜 미래로, 희망으로 가야한다. 우리는 희생자들 모두에게 마음속으로만 미안해할 수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숨고 있을 수만도 없다. 마음만으로 슬퍼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슬픔을 외면하지도 말고, 숨지도 말며, 마음을 열어 행동했을 때 비로소 다시는 이런 비극은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불공정이 침몰한 세월호만큼 무겁고 쇠사슬보다 강하다. 안전에 대한 약속에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에 수장돼야 할 것은 우리사회의 몰지각한 도덕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