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의 행복한 유학가기⑫] 美 대학 SAT/ACT 점수보다 AP에 더 주목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아직도 많은 한국 학부모들은 미국대학이 신입생 선발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 잘 모르고 있다. 아마도 10명 가운데 6~7명은 SAT/ACT 시험점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학력고사세대’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현재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학부모 즉 82학번부터 93학번까지 학부모들은 학력고사 한번으로 대학과 전공이 결정됐다.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표준화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이유는 SAT/ACT 학원들의 마케팅 때문이다. 이 학원들은 “미국대학 지원 때 SAT/ACT 점수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미국대학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대학들은 SAT/ACT 점수를 학생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SAT/ACT 점수가 높으면 대학진학을 해서도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Class of 2015’(2011년도 입학생)에 170만명이 치른 SAT 시험 결과를 토대로 칼리지보드가 분석을 했다. SAT 시험을 관리하는 칼리지 보드는 매년 9월 새로운 학기 시작 전에 전년도 시험 응시생 숫자를 발표한다. 2000년에는 167만명, 2007년 165만명이 응시했다. 2012년 ACT 응시생이 SAT 응시생을 앞질렀다.
많은 미국대학들은 SAT/ACT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대학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4년제대학 2800여개 가운데 약 900개 대학이 2017년을 기준으로 입학사정에 SAT/ACT 시험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를 ‘Test Optional 정책’이라고 한다. SAT/ACT 점수에 대한 효용성 논쟁은 오래 계속되어 왔다. 대학들이 이렇게 표준화 시험점수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SAT/ACT 시험공부를 돈 들여서 할 수 있는 학생들은 점수를 좋게 받고 그렇지 않은 가난한 학생들은 점수가 낮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SAT/ACT 시험이 불공정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SAT/ACT 점수를 잘 받는다고 대학에서 학업수행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미국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2003~2010년 SAT/ACT 시험을 보지 않고 대학입학을 허가받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차이가 없었다.
많은 입학사정관들은 2016년도 3월 새로 시작된 새로운 SAT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과거 SAT는 대학에서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비판적 독해시험이었다면 새로운 SAT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험에서는 영어섹션을 Evidence Based Reading and Writing이라고 한다. 많은 대학들은 SAT 시험점수보다 고등학교에 개설된 AP과정을 듣고 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학들은 5월에 치러지는 AP시험보다 학교에서 듣는 AP과목의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매년 발표되는 전미대학카운슬러협의회(NACAC) 자료를 보면 명확해 진다. 2015년 25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AP시험을 봤다. 전년대비 8.6%가 늘었고, 2011년 대비 25%가 늘어난 것이다. 2011년에는 AP시험을 보는 학생이 2백만명 미만이었다.
AP시험 혹은 AP과목 이수는 고등학교 학생으로 대학 수준의 학과목을 이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학과목을 이수하고 5월에 치러지는 AP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대학에서 그 과목을 면제받거나 반 배치에서 유리하다. 일부 과목들은 전공선택에서 유리하다. 대부분 대학들은 학생이 핵심과목에서 AP과목을 잘 수강하고 AP시험에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눈길을 준다.
SAT, ACT 점수가 미국대학 입학사정에서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은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미국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싶은 9-11학년이라면 더 도전적인 과목을 수강할 것을 권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준비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전략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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