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한글은 통일의 가장 유력한 근거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단순히 공휴일이 아니라, 국경일이어야 한다. 1949년 10월 1일 국회에서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을 4대 국경일로 제정하였다. 이때 한글날도 국경일로 지정했어야 했다. 다행히 2005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했다.

한글창제는 1443년이다. 조선 건국이 1392년이니 개국 후 50년 만에 이루어진 장거(壯擧)다. 한글은 우리의 얼이요, 정체성의 뿌리다. 고유의 문자를 가지게 됨으로써 삼국통일 이래의 한민족의 일체성이 확고히 정립되었다. 지금껏 한글 창제는 집현전 학사를 동원하였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한글은 세종대왕이 거의 혼자서 만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세종대왕은 세계사상에 우뚝한 철인왕(哲人王)이다.

오늘날 국경일은 정부 기념행사 말고는 국민 대부분에게는 그냥 ‘쉬는 날’이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니 한글날을 많은 공휴일 중 하나로 보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4대 국경일에 마땅히 한글날을 더하여 5대 국경일로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국경일인 한글날이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상징하는 경축일이 될 것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표상하며 컴퓨터 시대에는 편리함이 더욱 돋보인다.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세계에 퍼뜨려야 한다. 스물네 자 외에 지금은 쓰지 않는 아래 아, 여린 히읗 등을 추가하면 세계의 다양한 음운을 보다 근사하게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동남아의 자기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익혀 쓰도록 하는 것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통한다.

컴퓨터 시대에 한글은 그 우수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자를 쓰는 중국과 일본은 발음을 먼저 하고 그 가운데 글자를 고르는 두 단계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합해 쓰는 나라의 고충이다. 몽골어, 위구르어와 티베트어를 한자로 표기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중국이 막대한 노력과 자금이 드는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다. 한자만 컴퓨터로 표기토록 하고 몽골어, 위구르어와 티베트어를 컴퓨터로 표기하지 못하게 하면 저들의 역사와 문화는 절로 소멸된다.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 가운데 몽골, 위구르와 티베트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주어야 한다. 이는 일제 말엽 조선말을 못 쓰지 못하게 하던 때 이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과 같다.

북한은 한글을 전용하며 맞춤법도 우리와 거의 일치한다. 이는 분단 초기 남과 북에서 어문정책을 이끌었던 김두봉과 최현배가 다같이 주시경의 제자였던 덕분이다.

이런 뜻에서 한글은 통일의 가장 유력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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