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추석②] 영광 ‘모싯잎 송편’·경상도 ‘돔배기적’·전라도 ‘제사꼬막’ 명맥 유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추석 명절의 대표 음식은 한가위 보름달 닮은 ‘송편’이다. 송편을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에 관한 첫 기록은 조선 제 18대 왕 현종(顯宗, 재위 1659-1674) 때 문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령에 있다. 즉 “올여(햅쌀)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먹세”란 구절이 있다.
송편은 반죽한 멥쌀가루로 피를 만들고 그 안에 콩, 깨, 밤 등의 소를 넣어 둥글게 빚는다. 최근에는 야채즙, 녹차 가루, 과일즙 등을 섞어 다양한 색을 내기도 한다. 송편을 시루에 찔 때는 솔잎을 켜켜이 놓고 찌기 때문에 송편에서 은은한 솔 냄새가 풍긴다.
전남 영광군의 특판품인 ‘모싯잎 송편’은 멥쌀과 삶은 모시 잎을 함께 빻아 반죽해서 빚는다. 모시 잎 함량이 25%가 넘으며, 속에 국산 ‘동부콩’을 22% 넣은 것도 일반 송편과 다르다. 모싯잎은 이뇨(利尿)작용을 하며, 변비 예방에도 좋다.
토란 가루로 빚어 만든 송편인 토연병(土蓮餠)도 있다. 토란에는 녹말, 덱스티린과 설탕이 들어 있어 고유의 단맛과 함께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송편 다음으로 추석에 많이 먹는 음식인 ‘토란탕(土卵湯)’은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과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토란은 추석 무렵이 제철이며, 이때 맛과 영양이 제일 좋다. 토란은 알칼리성 식품이며, 소화를 돕고 변비 예방 및 치료에 좋다. 먹을 때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점액질인 무틴(mutin)은 소화를 촉진해 준다. 이에 송편이나 고기 등을 과식해서 배탈이 나기 쉬운 추석에 토란국을 끓여 먹는 것은 계절적으로 매우 합리적이다.
추석 차례상에 닭으로 찜을 만든 계증(鷄蒸)을 올린다. 봄에 키운 병아리가 추석쯤 살이 올라 햇닭이 된다. 닭은 생후 6개월이면 알을 낳기 시작하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어린 닭을 이용한다. 영계는 지방이 많고 껍질이 연하여 맛이 좋다.
한가위엔 지역의 특색 있는 추석 음식과 맛깔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예로부터 경기지역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통북어구이’는 머리가 크고 알을 많이 낳은 명태(明太)를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겼다. 눈알이 온전하게 붙어 있는 북어는 잡귀신(雜鬼神) 을 얼씬도 못하게 내쫓는다고 믿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산나물, 감자, 고구마, 버섯 등을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였으며,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평창 일대에서 꼭 챙겨 먹어온 명절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메밀전은 메밀 반죽에 실파와 묵은지를 썰어 넣어 부친다. 충청도만의 독특한 추석 음식은 통째로 삶은 닭에 달걀지단을 올려 맵시를 낸 ‘계적’이다.
경상도 ‘돔배기적’은 상어고기를 네모나게 썰어 염장(鹽藏)해뒀다가 꼬치로 꿰어 기름에 지져 만든다. 상어고기는 살이 단단하여 산적으로 만들기에 걸맞다.
전라도에서는 병어, 낙지, 조기 등 어패류로 풍성한 차례상을 꾸리며, 그 가운데서도 ‘제사꼬막’을 으뜸으로 꼽는다.
옛날 제주도에서는 쌀이 귀하여 떡 대신 보리빵을 차례상에 올렸다. 이곳에언 뭍과 달리 밤, 대추를 차례상의 필수요소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름난 특산물인 옥돔을 조상의 음덕(陰德)을 기리는 데 아주 좋은 식재료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