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복’···오이냉국으로 “무더위 물렀거라”

오이 데이 vs 오싫모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오늘은 초복이다. 이 무렵부터 무더위가 본격 시작된다. 더운 여름철 ‘오이냉국’을 가정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으면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시원하기에 한 그릇 후룩 먹기에도 좋고, 밥 먹기 전에 입가심으로 한껏 들이켜도 좋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에 장마가 겹쳐 채소와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

농촌진흥청은 오이 재배농 소득을 늘리기 위해 5월 2일을 ‘오이(5·2) 데이’로 정하고 오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2일을 “국산 오이 먹고 오천만 모두가 예뻐지는 날”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편 김밥이나 냉면에 든 얇게 썬 오이를 골라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이를 안 먹는, 아니 못 먹는 사람들이다. 페이스북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오싫모)이 있으며, 생긴 지 한달이 안돼 가입자가 1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회원들이 각자 살아오면서 오이와 관련되어 겪었던 다양한 괴롭힘과 고통의 사연들이 올라와 있다.

그들이 어려서부터 오이를 먹지 못하는 이유는 길쭉하고 우둘투둘한 모양이 아니라 오이의 ‘이상한 냄새’ 또는 오이를 먹으면 생기는 알레르기(allergy) 때문이다. 오이 냄새는 오이 알코올이라는 성분 때문에 나는 것이며, 오이꼭지의 쓴맛은 쿠커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성분이다. 품종에 따라 다르며 저온에서 생육이 나쁠 때 더 생긴다.

오이를 싫어나는 사람들은 비리고 역겨운 오이 냄새를 몇 미터 밖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오이에서 상큼한 냄새를 느낀다. 회원들은 각종 ‘오이 트라우마(trauma)’와 ‘오이 패러디(parody)’를 올리며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싫모(cucumber haters) 회원들은 다음과 같은 세상을 원한다는 선언하고 있다. (1)냉면을 주문할 때 ‘오이 빼주세요’라고 말 할 필요가 없는 세상 (2)오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편의점 샌드위치를 살 수 있는 세상 (3)김밥에서 오이를 젓가락으로 일일이 빼느라 김밥이 흐트러지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4)학교급식에 오이가 나와 고통 받는 아동과 청소년이 더 이상 없는 세상 (5)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회원들은 “우리는 서로 결속하고 힘을 모아 위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알레르기 환자는 2010년 1177만명에서 2016년 1393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는 미성년자 6%가 앓고 있으며, 성인의 3%가 심각한 음식 알레르기 환자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새우나 게에 닿은 것만 먹어도 혀가 퉁퉁 부어오른다.

또한 손톱만한 새우가 들어간 짜장면을 먹고 곧 목이 붓고 호흡이 곤란해져서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나 목소리를 잃은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30년 사이에 알레르기 인구가 두세 배로 증가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되었다. 최근에는 홍삼 알레르기가 등장할 정도로 예측이 불가능한 질병이 되었다.

오이(cucumber)는 박과(cucurbitacease)에 속하는 일년생 덩굴성 초본(草本)이며, 학명은 ‘cucumis sativus’이다. 우리가 식용으로 하는 오이는 녹색의 미숙한 것이며, 오이는 노랗게 익기 때문에 황과(黃瓜)라고 부른다. 원산지는 인도(印度)로 추정하며, 아시아 서부에서 적어도 3천 년 전부터 재배해왔다.

우리나라의 오이 재배내력은 <고려사>(高麗史)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에 황과(오이) 재배에 관한 기록이 있고, 해동역사의 기록 등으로 보아 우리나라에 오이가 도입된 시기는 약 1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전라남도 순천, 보성, 고흥, 구례 지역이 오이 재배지로 유명하다.

오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으로 먹거나,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에 넣어서 먹으며, 피클(pickles, 오이절임)로도 만들어 먹는다. 중동지방, 인도 등지에서는 자연발효에 의한 피클 가공이 성행하고 있으며, 특히 중근동(中近東)지방에서는 양배추에 다음가는 중요한 피클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반찬으로 널리 사용하는데 오이지, 오이장아찌, 오이소박이, 오이무침, 오이채, 오이냉국 등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채소이다.

오이는 수분이 96%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그리고 칼륨, 인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C 등이 함유되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오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향미(香味), 초록색깔, 씹히는 맛 등으로 우리 식탁에 변화와 풍성함을 주는 식품이다. 오이의 색깔은 엽록소이며, 오이지나 소박이를 담그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생성된 산(酸) 때문에 엽록소가 분해 되기 때문이다.

오이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엽록소와 비타민 C는 피부 미용을 위한 천연재료로서 화장수, 비누, 로션 등 다양한 미용제품에 사용한다. 오이를 얇게 썰어서 얼굴이나 피부에 붙여 미용효과를 높이는 것은 오이 속에 교유의 미용물질이 피부에서 분비되는 체액과 작용하여 아름다운 피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오이에 함유된 칼륨이 체내에 들어가서 나트륨염(소금)을 배설시켜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오이 덩굴에서 나오는 액즙을 땀띠에 바르면 효과가 좋고 피부를 곱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화장품인 화장수로도 사용하고 있다.

오이 한 개에는 10mg 정도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으며 이는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며,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고 미백(美白)효과가 있으며,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이는 이뇨 작용 효과가 있으므로 술 마신 뒤 오이를 먹으면 소변과 함께 알코올 성분이 빠져나가 숙취(宿醉) 해소를 돕는다. 한의학에서는 오이는 갈증을 풀어주며 발열, 오한, 화상, 다박상, 땀띠 등의 치료에 좋다고 한다.

오이(cucumber, raw)의 영양소 함유량(per 100g edible portion)은 다음과 같다. 개량종의 경우 △에너지 11kcal △ 95.9g △단백질 1.1g △지질 0.3g △탄수화물 2.3g △회분 0.6g △섬유소 0.5g △칼슘 28mg △인 77mg △ 철 0.6mg △나트륨 2mg △칼륨 312mg △비타민A 10RE △비타민B1 0.04mg △비타민B2 0.02mg △나이아신 0.3mg △비타민C 9mg 등이다.

<동의보감>에는 오이를 호과(胡瓜)로 표기하고 있다. 오이는 성질이 차고(寒), 맛이 달며(甘), 독은 없다. 오이 잎인 호과엽(葉)은 어린이의 성벽(閃癖)을 치료하는데, 주물러 즙을 내어 먹인 다음 토하거나 설사를 하면 좋다. 오이 뿌리인 호과든(根)은 참대나 나무가시에 찔려서 생긴 독종(毒腫)에 짓찧어 붙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이 열매는 청열이수(淸熱利水) 즉 열기를 식히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여 이를 통해 열기를 빼내는 효과가 있으며, 소염해독(消炎解毒) 즉 염증을 가라앉히고 독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열을 내리게 하므로 가슴이 답답하면서 열이 나는 증상과 갈증을 풀어준다. 목구멍이 붓고 아픈 증상, 동통, 화상, 눈 충혈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종(浮腫)이 있을 때 오이덩굴을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오이가 성질이 차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너무 많이 먹으면 한열(寒熱)을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이에 위장이 차고 약한 사람이 오이를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한기를 들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오이는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재배가 가능하며, 온실 재배로 일년 사철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선 아래 자연으로 자란 것과 온실에서 자란 오이는 맛과 영양가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6월 초중순경 첫 수확한 노지(露地)오이가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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