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①] 레이건 대통령 사망원인 알츠하이머 치매 불러와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1981-1989년 재위)은 83세가 되던 1994년 11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진단을 받았다고 국민들에서 밝혔다. 그는 알츠하이머 치매(癡?)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아내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관련 재단, 연구소 등을 1995년에 설립했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은 초기에는 기억력 감퇴와 언어능력 저하 등을 보이다가 점점 신경학적 장애와 성격변화, 폭력성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결국 합병증을 동반해 사망하게 된다. 레이건 대통령도 1997년 10월에는 자신의 대통령 재직 사실도 모르고, 정신 혼미와 발작증상 등이 나타났으며, 1999년에는 신체기능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2004년 6월 치매 진단 10년만에 폐렴(肺炎)합병증으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근 수면무호흡증(睡眠無呼吸症)이 치매 발병이나 인지(認知)기능 악화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가 고령인 70-80대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치매의 원인을 알츠하이머병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단백질의 일종인 병적 아밀로이드(amyloid)가 뇌에 축적돼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65세 이후에 시작되지만, 치매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침착은 이보다 앞선 40-50대에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이후에는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질병 진행과 증상의 경감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에 분당서울대학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팀은 수면 중 일시적으로 호흡이 정지하는 수면무호흡증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치매 발병 증가를 확인하기 위해 50-65세 알츠하이머 발병 전, 아밀로이드 침착 시작 시기에 정상인지기능을 지닌 수면무호흡증군(19명)과 대조군(19명)을 대상으로 뇌(腦)의 아밀로이드 양을 측정해 비교하였다.

그 결과 수면무호흡증군에서 아밀로이드 침착 증가가 우측 측두엽(側頭葉) 피질과 뒤쪽 대상회에서 확인되었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병적 이상이 시작하는 부위에 해당한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아밀로이드 침착을 사람 뇌에서 확인한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신호에 발표됐다.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뇌 세포 활동으로 조직 내에 쌓인 아밀로이드는 수면 중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수면 질(質) 저하는 아밀로이드의 배출을 방해하여 뇌에 쌓이게 된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반복적 각성(覺醒)과 저산소증이 아밀로이드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수면 중 잦은 각성은 휴식을 취해야 할 뇌세포를 억지로 활동시키는데 이러한 신경활동이 아밀로이드 생성을 촉진한다.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KCDC) 산하 안산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cohort) 심층조사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윤창호 교수, 이호영 교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토마스 교수, 더를라스 그리브 교수, 보스턴대학 로다 오 교수 간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수면무호흡증(sleep apnea)이란 글자 그대로 잠자는 동안에 숨쉬기를 멈추는 것을 말하며, 코골이(snoring)는 수면 중 호흡 기류가 여러 원인으로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이완된 연구개(軟口蓋, 물렁입천장)와 구개수(口蓋垂, 목젖) 등의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되는 호흡 잡음(雜音)이다. 성인의 약 10-30%가 코를 고는데 이들 중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많다. 수면무호흡증은 전체 인구의 1-2%에서 발생하며, 주로 중년 이후의 남성에서 빈도가 높다.

무호흡(無呼吸)은 코와 입을 통한 호흡이 10초 이상 정지하는 경우를 말하며, 저호흡(低呼吸)은 호흡이 완전히 정지하지는 않고 호흡량이 50% 이하로 감소하고, 산소포화도가 4% 이상 저하되는 경우를 말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무호흡이 수면시간당 5회 이상이거나 7시간 이상의 수면 중 30회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저호흡도 무호흡과 같이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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