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롤모델 될 역사상 성군과 명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성군(聖君)’ 하면 전설적인 군주 요임금과 순임금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성군은 단연 세종대왕이 으뜸일 것이다. ‘성군’의 반대는 ‘폭군(暴君)’으로 하(夏)나라 걸왕(桀王), 상(商)나라 주왕(紂王)이 거론된다. 우리 역사에서는 연산군(燕山君)이 대표적이다.
‘성군’ 바로 다음 단계로는 ‘명군(明君)’이 있다. 사리에 밝은 임금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정조 대왕이 이에 해당한다. ‘명군’의 반대 개념의 왕을 ‘혼군(昏君)’ 또는 ‘암군’(暗君)으로 부를 수 있다. ‘이치에 어두운 어리석은 군주’라는 뜻이다.
역사상 나라를 어지럽히고 백성을 힘들게 한 ‘혼군’은 많다. 진시황의 아들 ‘호해’가 무능하고 멍청한 황제의 대명사다. 당시 실세였던 환관 조고(趙高)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하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황제를 농락했다.
우리 역사에도 조선의 제25대 철종(哲宗)은 ‘혼군’의 대표다. ‘강화도령’으로 강화도에서 은둔하며 살다 본의 아니게 군주가 된 그는 안동김씨 세도 때문에 임금다운 노릇을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다.
우리 역사에는 여자 군주가 3명 있었다. 신라시대 때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이다. 이 가운데 진성여왕은 신라 1천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한 장본인이다. 숙부인 각간 위홍과 ‘사통’(私通)‘한 여왕으로 삼촌 위홍이 사망하자 미소년들과 향락을 즐긴 타락한 군주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신라 말 진성여왕 시대와 닮은 데가 많다고 한다. 그래도 진성여왕은 국민을 속이는 ‘비선실세’는 쓰지 않았다. 지금은 왕정시대와는 달리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밝은 시대다. 혼군이나 암군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말이다.
이제 어둡던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새롭게 태어난 대통령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만 계속한다면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밝은 대통령은 어둡던 대통령이 저지른 일들부터 고쳐나가기만 해도 국민의 칭송을 받을 것이다.
암군이라고 평가되는 인물들도 대부분 충분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으면서도 그 권력을 국가 발전을 위해 쓰지 않은 자들이다. 이들 암군의 옆엔 항상 간신들이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당 현종 말년의 양국충, 안록산 그리고 조선조의 유자광, 홍국영 등이다.
다산 정약용의 <혼돈록>(??錄)이라는 책이 있다. 책 113조에 ‘송덕상(宋德相)’ 항목이 있다. 바르고 옳은 생각 때문에 벼슬에서 잘려 8년이라는 긴 시간 낙척(落拓)생활을 해야 했던 번암 채제공(蔡濟恭)에 대한 이야기다.
정조 대왕은 첫해, 홍국영에게 큰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런데 홍국영은 그런 권력을 남용하면서 별별 짓을 다하다 끝내 패망하고 만다. 홍국영은 자신의 누이를 정조의 후궁으로 들여보내 영세토록 권력을 쥐려는 야심을 품었는데 후궁으로 들어간 홍씨 여인이 병사하고 말았다.
이 때 홍국영에게 잘 보이려던 송덕상이라는 문신이 “원빈(元嬪:홍씨)이 훙서(薨逝)하셨으니 종묘사직은 의탁할 데가 없도다”라고 표현하며 홍국영에게 아부의 신호를 보냈다. 이 글을 보았던 채제공이 혼잣말로 “글의 서두가 참으로 괴이하구나! 후궁 한 사람이 죽었는데 왜 종묘사직이 위태롭단 말인가. 4백년 종묘사직을 일개 후궁에게 맡겼단 말인가? 참으로 괴이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새어나가 홍국영이 듣고는 곧장 정조에게 달려가 온갖 죄목으로 엮어 큰 처벌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 일로 채제공은 8년간의 낙척생활을 했고, 홍국영의 패망 이후에야 임금의 특별명령으로 형조판서에 올랐다.
정조의 현명한 판단으로 채제공은 재등용되어 영의정까지 올랐다. 그리고 다산 등과 함께 위대한 정조치세를 이룩해 냈다. 현명한 군주만이 옳고 바른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발 여야를 막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어 밝은 정사(政事)를 이룩해 좋은 세상 만들어주면 좋겠다.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간신배의 준동을 막는 것이다. 간신배가 활개칠수록 대통령의 판단력이 흐려져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첫째, 특정인에게 이익을 독점시키면 안 된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과 취미를 위해 특정인을 내세워 백성들을 갈취하면 안 된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초래하여 큰 재앙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소통을 거부하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못나고 어리석은 지도자의 한결 같은 특징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충고에 귀를 막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말이 발을 달면 여론(與論)이 된다.
셋째, 유아독존이면 안 된다. 스스로를 대단히 똑똑하고 잘났다고 여기면 안 된다. 거기에 아첨 배와 간신배들이 준동한다. 겸손한 자세로 귀를 열면 자연 인재가 몰려든다.
최소 이 세 가지만 경계(警戒)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성군의 길을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