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기자 9박10일 한국 방문기 “다이나믹코리아 통일의 그날 기원합니다”
[아시아엔=딜무로드 드주마바에브 우즈베키스탄 <러딤미디어> 편집장] 아시아기자협회 2017정기총회 겸 포럼(3월 29~4월 2일)과 한국기자협회 주최 ‘2017 세계기자대회’(4월 3~7일)는 처음 한국에 온 내게 많은 경험을 안겨줬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나는 아시아기자협회(아자, 회장 아시라프 달리) 회원 겸 <아시아엔> 특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3월 2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서울 교육의 어제, 오늘과 내일’ 주제 특강으로 시작한 아자 행사는 30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로 이동해 행정도시다운 면모를 느꼈다. 특히 이춘희 시장은 애초 예정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며 기자들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줬다.
이날 밤 인제군에 도착해 스피디엄에 여장을 푼 일행은 4월 1일 아침 아시아기자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했다. 앞서 이순선 인제군수는 “자작나무가 우거지고 한국에서 가장 청정하고 인심 좋은 인제군을 찾아주어 무척 고맙다”고 일행을 맞아줬다.
총회에는 싱가포르,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키르기스스탄,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태국, 시리아, 터키, 이란, 인도네시아, 레바논, 이집트, 수단, 조지아 등 아시아는 물론 북아프리카와 유럽기자 그리고 한국 등 20여명 회원들이 ‘가짜뉴스와 저널리즘의 위기’를 주제로 한 토론에 이어 자국 언론상황을 보고했다. 회원들은 이어 ‘2017 아자정기총회’를 열고 돌고르 춘룬바타르(몽골 <울란바토르타임즈> 전 편집국장)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선출하고, 나시르 아이자즈 파키스탄 <데일리테크노타임즈> 편집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아자는 또 알린 페레르(필리핀 <온타겟미디어컨셉> 편집장), 소팔 차이(캄보디아기자협회 이사), 에디타 다다시안(조지아 칼럼니스트), 딜무로드 드주마바에브(우즈베키스탄 <러딤미디어> 편집장)을 집행이사로 새로 선출했다.
아시아기자협회는 이에 따라 이들 새로 선출·선임된 임원 외에 기존의 아시라프 달리 회장(이집트, 쿠웨이트 <알아라비> 전 편집장)을 비롯해 △이상기 창립회장(한국,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겨레> 전 기자) △아이반 림 명예회장(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전 선임기자, 전 CAJ 회장) △에디 수프랍토 차기회장(인도네시아 <RCTI> 전 보도본부장) 등 회장단과 △노릴라 다우드(<말레이지아월드뉴스> 총괄본부장) △비시누 니스트리(네팔기자협회 전 회장) △푸네 네다이(이란 <쇼크란> 발행인) △강석재(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등의 부회장단이 집행부를 구성하게 됐다.
아자는 이날 오후 백담사(삼조 주지스님)로 이동해 백거 스님 인도로 ‘공양 명상’과 ‘차 명상’을 함께 하며 템플스테이를 했다. 2일 오전에는 만해기념관과 무금선원 등을 돌아본 뒤 낙산사로 이동해 12년 전 산불로부터 2년여만에 복구된 사찰 곳곳을 둘러봤다. 부처님오신날을 한달 앞둔 절 곳곳에 달린 연등은 우리 고향은 중앙아시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마친 일행은 서울로 이동해 한국기자협회 주최 ‘세계기자대회’에 등록했다.
4월 3일 프레스센터에서 막을 올린 ‘2017세계기자대회, WJC) 주제는 ‘세계평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었다. 전 세계 60여 국가에서 참석한 90여 기자들은 정규성 회장과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대행의 인사말에 이어 국악공연이 펼쳐지자 스마트폰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오후 박종률 CBS 논설위원(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사회로 열린 콘퍼런스에는 미국기자협회(SPJ) 린 왈쉬 회장, 중국 <인민일보> 용장 기자, 요르단 <페트로통신사> 사파 알 카사와네 기자,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 홍덕률 대구대 총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세계평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안충기 외교부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과 사드 배치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을 언급했다.
안 차관이 “사드 배치는 북한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위한 것이며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중국의 무역 보복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중국 <인민일보> 용장 기자는 “중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보다 우려가 더 많다”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공식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을 다시 열어 대화를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자국 입장에서 한 발언이지만, 역시 기자는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참석자들이 공유했으리라 생각됐다.
다음 세션에서 미국의 SPJ 린 왈쉬 회장과 한국의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는 “언론 자유는 사실보도에 충실하라고 부여된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고 해 박수를 받았다. 또 요르단의 사파 알 카사와네 기자는 중동지역 평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사이 미국이 시리아의 정부군 기지에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해 긴장이 고조된 터여서 요르단 기자 등의 중동평화 관련 발언은 주목을 받았다.
참석자들 의견은 대체로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돼야 하며 △북한의 핵 실험은 중단돼야 하고 △남북한을 포함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6개국의 ‘6자회담’이 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세계기자대회 참석자들은 4일 강릉으로 이동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과 설상경기장을 돌아봤다. 오죽헌과 선교장 등 한국전통 가옥은 우리나라처럼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에도 찾아볼 수 없지만, 100년~200년전 고려인들의 조상들이 살았을 것으로 짐작돼 눈길이 더 갔다. 5일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화성행궁과 수원시립미술관, 수원 화성박물관을 견학했다.
이곳 역시 조선시대 유적이 잘 보존돼 있어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6일에는 한국의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인 부산으로 이동했다. 1950년 냉전시대에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UN군 유해가 안장되어 있는 UN기념공원을 참배했다. 필자의 고국인 우즈베키스탄에도 2차대전 중 전사한 분들을 모신 군인묘역이 있다.
당시 우리의 조상은 구소련의 군인으로 입대해 독일군에 의해 희생됐는데, 이곳 유엔묘지에 묻힌 전사자들은 대부분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란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또한번 느껴야 했다.
이날 오후 대회 참석자들은 요트를 타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내륙국가에서 온 상당수 기자들은 난생 처음 바다에서 요트를 타며 스트레스를 맘껏 풀었다. 영화의 전당에서 영상·콘텐츠산업 현장을 취재한 것도 오래토록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7일에는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광명동굴을 둘러봤다. 이곳 광명시장은 한때 이름을 날리던 동아일보 기자출신이라고 소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 일정은 인천 송도공원과 차이나타운 투어였다. 서해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니 마치 중국의 거리와 식당들이 한국에 옮겨온 듯했다.
이날 저녁 식사 직전 아자 회원들은 색다른 경험을 맛봤다. 탈북자 출신의 김정성 <조선일보> 기자를 인터뷰한 것이다. 아자 회원들이 조선일보사가 주관하는 통일나눔펀드에 조그만 정성을 보탠 것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얻은 추억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