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믈리에 출신 와인평론가 에익 교수 “와인과 커피는 나눠마셔야 제맛”
[아시아엔=세라박 <아시아엔> 뉴욕특파원] 피노누아 와인에서 흙(Earthiness)과 미네랄 느낌이 감지되는 것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와인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을까?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고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른 만큼 와인이 불러일으키는 영상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에익 교수에게 이 와인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였다. 그 중에서도 도로시가 체리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 와인은 송로버섯과 같은 버섯류와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카망베르(Camembert) 같은 끈적한 치즈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주산지가 프랑스 론 계곡인 시라(Syrah) 와인에 대해 에익 교수는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열심히 일하는 매력적인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남성이 연상되는 것은 와인으로서는 높은 도수(14.5도) 때문이라기보다 산지의 기후가 피노누아의 부르고뉴보다 따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산도가 낮은데다 이 와인의 경우에는 필터링을 하지 않아 론 계곡의 다른 시라와인들에 비해 훨씬 어두운 계열의 과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먼지나 버섯 같은 다소 거친 향미가 살아났다.
CIA플레이버마스터를 꿈꾸는 수강생들은 마지막 테이스팅 대상인 프랑스 보르도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을 앞두고는 옷매무새를 고쳐 앉는 듯 비장함을 보이기도 했다. 와인과 함께 한 2시간의 탐구.
그 대미는 향미의 강건함으로 인해 ‘와인의 왕’이라고 불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장식했다. 그것도 이 품종의 고향이자, 세계 와인의 기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보르도 메독 지방에서 온 것이다. 빈티지는 2014년으로 시라보다 색상에서 자줏빛이 더 우러났다. 잔 안으로 들여다봤을 때는 피노누아보다는 훨씬 농후한 보석 ‘가넷’(Garnet)을 마주하는 듯했다. 아마도 잘 익은 석류의 속살이 이럴 것이다.
“전형적인 카르보네(Carbonel,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의 아로마가 아름답다. 탄닌이 부드럽게 혀를 감으면서 마치 무엇인가 씹히는 것 같은 살집(Flesh)이 느껴진다. 오래된 고풍스런 가구가 있는 공간에서 멋진 신사가 시가를 피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 영화 <대부>에서 시가를 물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말론 브란도의 모습이 비친다고 해도 좋겠다.”
에익 교수가 와인을 마시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설명할 때마다 수강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향미가 주는 행복에 정답이 따로 있을 순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좋은 와인이 주는 향미에는 공감하는 감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와인과 커피는 나눠 마시는 즐거움이 큰 격조 있는 문화로 존중받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와인을 통해 ‘공감의 기쁨’(Sympathetic joy)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