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의 푸드다이어리] 한지붕 세가족 ‘젤라또·아이스크림·소르베또’ 이야기
[아시아엔=세라박 뉴욕특파원] 여름이 지나도록 좀처럼 가시지 않는 도심의 열기. 이 순간 젤라또(Gelato)를 한 입 머금으면 천국이 보일 것이다.
‘얼은’이라는 의미를 품은 젤라또는 아이스크림(Ice cream)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넣는 소르베또(Sorbetto)와 우유를 기반으로 한 젤라또를 통틀어 일컫는다. 아이스크림은 주로 커스터드(Custard)와 어우러진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을 같은 것으로 말하는 것은 특성상으로나 각기 다른 탄생 비화로 보나 옳지 않다.
인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체를 먹으면서 얼음에 매료됐다. 기원전 37~68년 로마의 네로황제와 얽힌 일화는 유명하다. 음료에 얼음을 넣어 마시길 즐긴 네로는 노예들을 시켜 산에서 얼음을 캐오도록 했다. 얼음은 당시 진귀했기 때문에 이를 구해오지 못한 노예들은 끔찍하게도 끓는 기름에 빠뜨리는 사형에 처해졌다. 16세기 철의 여인 카트린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s)는 헨리 2세와 결혼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에서 얼음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세프들을 프랑스로 데리고 가 젤라또를 전했다.
젤라또 탄생의 증거를 찾고자 한다면 1589년을 주목해야한다. 이탈리아의 잠바티스타 델라 포르타(Giambattista della Porta)는 와인과 질산칼륨, 눈을 함께 얼리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물은 현대의 소르베또와 아주 가깝다. 이로부터 68년이 지난 뒤에는 레오폴도( Loeoopoldo)와 페르디난도(Fedinando II de Medici)가 다양한 맛을 첨가해 얼린 디저트를 만들어냈다. 이 고전적인 소르베또는 귀족들에게 인기있는 사치품이 됐다. 1692년에는 라 메종 리글리(La Maison Reglee)라는 책에서 얼음을 만드는 도중에 계속 저어주는 방식이 소개됐다.
2년 뒤에는 가당우유를 기반으로 한 얼음이 나폴리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1733년에는 ‘더 모던 쿡(The Modern Cook)’ 저자이자 셰프인 벵쌍 라 샤펠(Vincent La Chapelle)이 얼음에 달걀의 흰자를 넣는 것을 제안했다. 달걀 사용으로 인해 젤라또의 질감과 맛이 더욱 향상됐다. 이전의 젤라또가 얼음에 가까운 맛을 냈다면 샤펠의 디저트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 덕분에 얼린 커스타드에 가까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얼린 커스타드’는 여름철 식음료의 대명사가 됐다. 젤라또와 관련된 요리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는 젤라또가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은 미국의 기술 덕분에 19세기 이후 황금시대를 맞는다. 이탈리아는 젤라또를 만드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반면, 대량생산 기술이 없었다. 그들은 젤라또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했다. 사실 그 덕분에 오늘날에도 젤라또라고 하면, 장인이 만드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이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젤라또와 미국 아이스크림은 맛과 질감에서 분명 차이가 난다. 미국 아이스크림은 프랑스의 아이스크림과 형태가 비슷하다. 둘 다 유제품의 지방 함량이 높다. 지방 함유량이 많을수록 공기를 더 많이 가둬둘 수 있기 때문에 부피가 최소 25%에서 최대 90%까지 부풀 수 있다. 아이스크림은 더 빨리 휘저어지고 더 단단한 질감을 가지게 된다. 즐기는 온도도 다르다. 아이스크림이 제공되는 최적의 온도는 섭씨 영하 12도 정도이고, 젤라또는 섭씨 0도 부근이다. 젤라또는 유지방이 적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보다 농도가 짙다. 우유는 들어가지만 크림이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때로는 달걀 노른자가 들어가기도 한다. 젤라또는 제품에 공기가 덜 들어 있어서 우유 같은 향미가 더 진하게 느껴지며 여운도 보다 길게 이어진다.
소르베또는 기본적으로 가향된 설탕 시럽으로 만든다. 향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주로 과일 퓨레(Puree)이거나 과일 쥬스이다. 비교적 짧게 끊어지는 소르베또의 식감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글루코스나 다른 재료를 첨가해 질감을 보강하기도 한다. 소르베또는 유지방이 없으며 오직 물과 설탕으로 이루어져 형태와 맛이 원조 얼음과자와 가장 가깝다.
주변에 아이스크림이나 젤라또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뉴욕시티를 거닐다보면 블럭마다 젤라또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젤라또, 소르베또, 아이스크림과 같은 얼음 과자의 다양함은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 준다. 그 속에 담긴 일화와 서로 다른 점을 알고 먹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