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의 푸드다이어리] 쌉쌀한 음료에서 달콤한 바까지···지칠 줄 모르는 초콜릿의 진화
[아시아엔=세라박 뉴욕특파원] “행복. 한 잔의 초콜릿처럼 단순하면서도 마음처럼 복잡하다.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함이 살아있다.”
‘초콜릿’의 저자인 조안 헤리스가 한 말이다. 초콜릿은 한 조각의 행복이다. 달콤쌉쌀한 초콜릿을 한 입 깨물면 달달함과 함께 깊고 풍부한 맛이 입 전체를 가득 채운다. 흙냄새가 비치면서도 고소하고, 기분 좋은 캐러멜의 향미가 마치 과일과 꽃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감성인가. 좋은 초콜릿은 멋진 바디감을 지닌다. 빠르고 부드럽게 녹으면서도 향이 길게 이어진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설탕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발휘하는 이 같은 에너지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밝게 해 준다.
초콜릿의 기원을 따라가면 당초 달콤한 막대 과자가 아니라 쓰고 차가운 음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초콜릿의 뿌리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전 마야(Maya) 제국보다 앞선 올멕(Olmec) 문명에 닿아 있다. 올멕인들은 남아메리카 문명의 토대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기록에는 카카오나무의 식물학적 이름인 ‘테오브로마 카카오’의 콩을 달여 마셨다고 적혀 있다. 카카오는 왕과 귀족들이 즐겨 마시던 사치품이었으며, ‘신의 음료’라 불리면서 성스러운 의식에 사용됐다.
마야 제국이 기원전 900년쯤 멸망된 뒤로 아즈텍문명이 출현했는데, 카카오 콩의 가치는 더욱 치솟았다. 그들은 카카오 콩을 화폐로 썼다. 예를 들면, 카카오 씨의 떡잎 10개로 토끼를 살 수 있었고, 카카오 콩 100개로 노예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카카오 콩은 ‘마실 수 있는 돈’으로 불리는 호화스러운 존재였다. 아즈텍인들은 초콜릿이 엄청난 에너지와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전사들은 전투를 앞두고 한 잔의 쓴 초콜릿을 마시며 승리를 장담했다.
설탕을 넣은 달달한 초콜릿은 아즈텍문명으로부터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1590년, 일본 오사카의 수녀들이 설탕과 시나몬-아니스 같은 달콤한 향신료를 첨가하는 초콜릿 조리법을 만들어냈다. 초콜릿이라고 하면, 막대과자와 같은 형태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초콜릿은 처음엔 액체 형태로 즐겼다. 초콜릿이 음료에서 과자로 바뀌는 큰 변화는 네덜란드의 화학자인 콘라드 반 호텐(Coenraad Van Houten)이 코코아 가루를 발명하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는 수압기를 사용해 카카오 액에 있는 코코아버터의 50%를 추출했고, 남은 물질로 파우더를 만들었다. 파우더는 알칼리 소금을 처리하는 ‘더칭(Dutching)’을 거쳐 어두운 색을 띄면서 더욱 강한 향미를 가지게 된다.
반 호텐이 코코아 파우더와 버터를 분리하면서 초콜릿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졌다. 프라이 앤 선 회사가 처음으로 코코아 파우더, 설탕, 코코아 버터를 섞어 처음으로 초콜릿 바를 만들어냈다. 걸쭉한 혼합물은 틀에 부어진 뒤 굳혀졌다. 오늘날 가장 흔히 팔리는 초콜릿 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쌉쌀한 한 잔의 카카오에서 달콤한 초콜릿 바까지 초콜릿의 긴 여정. 우유와도 만나고 견과류와 합쳐지고, 건과일과 어우러지며 변화무쌍한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초콜릿. 그 맛과 형태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