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 작렬’ 아시아 커피,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산지따라 향미도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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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세라박 <아시아엔> 뉴욕특파원,?커피비평가협회(CCA) 뉴욕본부장] “맛있는 커피는 ‘좋은 생두’(Good Coffee Green Beans)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커피애호가들에게는 신앙(信仰)과 같다.

커피 생두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재배된 것인지를 알면 그 커피의 향미가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산지에 따라 생두의 품종과 가공법이 다르기 때문에 한잔에 담기는 커피의 향미가 달라진다. 생두는 기본적으로 아라비카(Arabica) 종과 로부스타(Robusta) 품종으로 나뉜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생두의 75% 이상이 아라비카종이다. 아라비카 생두는 예멘이 원산지이며, 아라비아에서 1000년 동안 자라왔다. 이 품종은 질 좋고 고급 생두로 미묘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미를 지닌다.

아라비카 커피는 높은 고도에서만 자라며, 이 덕분에 향미가 좋다. 고도가 높은 데선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커피가 더디게 자란다. 천천히 자란다는 것은 생두의 밀도가 보다 단단하며 향미가 풍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는 밀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아라비카 품종이 높은 등급을 받는 이유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인도 고산지대, 파푸아뉴기니, 네팔, 동티모르, 라오스, 중국(운남성), 미얀마에서 재배된다.

로부스타 품종은 아라비카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보통 고도가 낮은 데서 자란다. 또 재배하기 쉽고 병충해에 강하며 생산성도 좋다. 로부스타 품종은 쓴맛이 강하고 떫은맛 때문에 아라비카 품종보다 주목받지 못한다.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 품종의 거의 2배에 달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강한 맛이나 인스턴트커피의 묵직한 맛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로부스타가 항상 아라비카에 비해 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로부스타는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커피 풍미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 로부스타의 대표적 생산국은 베트남이며, 인도에서도 질 좋은 로부스타가 재배된다.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맛 ‘제각각’
커피나무는 전세계적으로 재배되지만 ‘커피벨트’(Coffee belt) 또는 ‘커피반지’(Ring of coffee)라고 불리는 지역(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범위)에서만 자란다. 아시아에서도 이 범위에 들어간 나라에서는 모두 커피를 재배할 수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에는 커피가 잘 자라지만 겨울에 뿌리가 얼기 때문에 해를 넘길 수 없다.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것은 100% 비닐하우스나 온실에서 키우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운남성, 미얀마 등 아시아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커피산지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역사나 산업적으로 이들 나라를 논하지 않고 아시아커피를 말할 수 없다.

커피 수확철에 도로 변은 생두를 널어 말리는 건조장으로 활용된다.

커피 수확철에 도로 변은 생두를 널어 말리는 건조장으로 활용된다.

인도
연생산량: 530만 bags(2014년 기준, 1bag=60kg)
주요산지: 카나티카(Karnatica), 케랄라(Kerala), 타밀 나두(Tamil Nadu)
향미: 부드럽고 달며 향신료가 느껴진다.
수확시기: 10월~2월

인도 커피는 17세기 성인이자 학자였던 바바부단(Baba Budan)에서 시작됐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순례하고 예멘을 거쳐 귀국하면서 커피 씨앗 7개를 몸에 숨겨왔다. 당시 예멘은 커피가 다른 나라로 전해지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했기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바바부단은 커피씨앗을 카르나타카(Karnataka)의 마이소르(Mysore) 근처에 있는 찬드라기리 힐(Chandragiri Hill)에 심었다. 바바부단에 의해 아랍의 커피 독점은 막을 내리고, 커피는 더 넓은 지역에서 경작되기 시작했다.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과 네덜란드 상인들이 커피를 대량 본국으로 보내면서 인도는 거대한 커피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인도커피는 남부인 카르나타카, 케랄라, 타밀 나두에서 주로 재배된다. 이들 지역은 수풀이 무성하고 우기가 규칙적이며 고도가 높아 커피 성장에 최적이다. 인도커피의 95%가 그늘에서 자라는 덕분에 열매가 천천히 성숙돼 자연 당(Natural sugars) 함량이 높아지고 향미도 풍성하다. 그늘재배 커피(Shade-grown coffee)는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친환경커피(Eco-friendly coffee)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향미에서도 인도커피는 기분 좋은 향신료 느낌에, 달고 순하다. 인도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커피를 정향(Clove), 시나몬(Cinnamon), 카르다몸(Cardamom)과 나란히 재배한다. 이처럼 자라는 과정에서 커피콩은 특별한 향미를 지니게 된다. 또 많은 인도커피들이 농약없이 재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고 숲을 보호하는데 유익하다.

생두창고를 문이 열린 상태로 만들어 커피생두가 보관되는 동안 축축한 몬순 바람을 맞으며 깊고 부드러운 향미를 품게 된다. 이런 특별한 가공법을 ‘몬수닝’(Monsooning)이라고 하는데 커피에 깊은 바디감과 촉감을 부여한다. 몬순드 커피는 미세한 산미와 강한 향신료의 향기가 어우러지면서 풍성한 향미를 불러일으키고 긴 여운을 남긴다. 달콤하고 맛좋은 한 잔의 커피에서 시나몬과 코코넛크림의 향미도 느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Aceh)주의 커피명산지 ‘가요 마운틴(Gayo Mountain)’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향미와 산지에 따라 인도네시아 커피를 구분한 문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Aceh)주의 커피명산지 ‘가요 마운틴(Gayo Mountain)’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향미와 산지에 따라 인도네시아 커피를 구분한 문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연생산량 : 970만 bags(2014년 기준)
주요산지: 수마트라의 가야 아체(Gajah Aceh in Sumatra), 자바의 이옌(Ijen in Java), 술라웨시의 칼로시(Kalosi in Sulawesi)
향미: 부드럽고 낮은 산미
수확기: 6월~12월

1699년 인도 말라바르(Malabar)를 지배하던 네덜란드가 바타비아(Batavia, 현 자카르타) 총독에게 커피묘목 한 그루를 보낸 것이 인도커피의 원조가 됐다. 이 묘목이 잘 자라나 1711년에는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커피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커피 생산이 도약해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커피 산지가 됐다.

커피는 인도네시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커피를 재배한 지 3세기가 지나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4번째 커피 공급국으로 성장했다. 2013년 수출량은 44만6000톤에 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되는 커피 대부분이 로부스타이지만, 아라비카종의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재배자, 가공업자, 전문가, 로스터, 판매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커피를 홍보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Speciality Coffee Association of Indonesia(SCAI)’를 결성했다.

1만8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그 만큼 다양한 향미의 커피가 생산된다. 그러나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파푸아 등 몇 개의 큰 섬들만 아라비카를 재배할 수 있는 고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마트라의 린톤(Linton)과 만델링(Mandheling)에서는 부드럽고 타바코와 코코아 느낌이 나는 커피가 생산되고, 자바의 이얀 플라티유(Ijen Plateau)에서 자라는 커피는 묵직하고 달콤하다.

만델링(Mandheling) 커피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부족 이름에서 유래했다. 로스팅을 강하게 해서 강건한 맛으로 즐기는 애호가들이 많아 남성을 위한 커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해발 900~1800m 비교적 고지대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품종이다. 커피열매 껍질인 파치먼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약간 눌러주어 흙냄새가 생두에 배게 하는 점이 특이하다. 이 때문에 만델링 커피는 수마트라섬 고유의 흙향기와 함께 묵직한 바디감과 초콜릿향 등 복합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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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연생산량: 2500만 bags(2014년 기준)
주요산지: 부온마투옷(Buon ma thuot), 비엔호아(Bien hoa).
향미: 쓰고 탄맛이 난다.
수확: 12월~1월

베트남은 1857년 프랑스인에 의해 처음으로 커피를 접했다. 20세기 초가 돼서야 커피가 주요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커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남미의 거대한 커피산지들을 따라잡고 세계에서 두 번째 커피산지로 올라섰다. 베트남전쟁과 1986년까지 진행된 집단농업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명성을 얻지 못했다. 생산되는 커피 대부분이 로부스타 품종이기 때문이다. 로부스타는 향미가 좋지 않아 인스턴트커피나 블렌드용으로 사용된다. 고급향미를 추구하는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괄시를 받는다.

베트남은 커피애호가들의 관심을 끄는 특별한 게 있다. ‘카 페 촌’(Ca phe chon) 또는 ‘시벳 캣 커피’(Civet Cat Coffee)는 별미로 꼽힌다. 토종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열매만 골라먹고 배설한 커피이다. 사향고양이가 열매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설되는 커피생두는 미묘한 향미를 품게 된다. 배설된 커피생두는 깊은 부드러움을 지니게 되고 쓴맛도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베트남은 또한 ‘핀’(Phin)이라고 불리는 도구를 통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발전시켜왔다. 컵 위에 핀을 올린 채로 테이블로 내와 추출을 한다. 가당연유(Sweet condensed milk)를 넣어 로부스타의 쓴맛과 어우러지게 한다. 달게 만든 아이스커피도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커피배리에이션 메뉴이다.

결점두를 골라내면서 포대에 담는 작업을 하는 주민들

결점두를 골라내면서 포대에 담는 작업을 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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