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 김광석의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젊었을 때 필자의 성격이 마치 활화산(活火山) 같았다. 그래서 여인들이 필자를 가까이 하면 데일 것 같아 다가서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정열의 화신(化身)이라고나 할까? 그런 필자가 이제는 화산은커녕 은은한 등불처럼 변하고 말았다. 그래도 은은한 불빛이 발하는 한 아직은 청춘이 아닌가 싶다. 장류(醬類)는 곰삭은 것이 더 맛이 있다고 하듯이.

한 젊은 연인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통통 튀는 젊음과 활기찬 사랑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모든 이벤트들이 자신들의 것 같았다. 그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거리를 걸어 다녔고,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 있다는 환상적인 착각을 즐겼다.

그런 젊은 연인들이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한 노년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노부부는 아무 대화도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었다. 젊은 연인은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이에도 할 말이 없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그 노부부가 약간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젊다는 것과 열정적으로 사랑 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이 식탁을 떠나면서 노부부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다. 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무런 대화도, 관심도 없는 것처럼 묵묵히 앉아 있다고 여겼던 두 분이 식탁 밑으로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단지 손을 마주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왔기에 아무 대화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연인들은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노부부를 불쌍하게 생각한 자신들이 부끄러워졌다. 사랑은 젊고 열정적이지 않아도 좋다. 화려하고 상큼한 사랑은 물론 보기 좋고 아름답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고,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켜준 사랑만큼 빛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랑은 한순간에 불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상대방을 말없이 비추어주는 은은한 등불일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가수 김광석의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참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삶의 끝자락을 얘기하는 노래다. 언제 들어도 정말 가슴을 울리는 노래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 노래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재작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치매 노부부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치매를 앓고 계셨다. 그런데 다른 건 모두 잊어도 사랑만은 기억하고 늘 함께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재작년 8월 14일자 대만 <연합보>(聯合報)에 보도된 결혼 50년차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은퇴한 군인인 왕씨(85세)와 그의 16살 연하 아내(69세)가 그 주인공이다. 두 분은 모두 알츠하이머(癡?) 진단을 받고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분은 치매라는 병마에도 서로의 오랜 시간에 대한 기억만은 잊지 않은 채 늘 함께하며 다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랑의 힘이다. 왕씨 노부부는 병세가 심각해 낮에는 전문 의료시설에서 지내고 저녁에만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산책을 할 때면 두 분이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걷고 식사를 할 때도 늘 함께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우리 할멈 못 봤어?”라며 불안해하며 할머니를 찾는다. 그러면서 늘 “내가 그녀를 보살펴 줘야 집에 갈 수 있어”라는 말을 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하기 직전 사춘기 소녀시절로 기억이 돌아와 항상 “나는 곧 왕씨와 혼인해요”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50년을 함께 살았음에도 같은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며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이 노부부,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노부부의 가슴 따뜻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사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더 덕복(德福)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치매에 걸리지 않고 사는 방법이 있다. 이름 하여 ‘휴양(休養)의 도’다.

첫째,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기어이 보려하지 말 것이요 둘째, 귀에 들리지 않는 일을 기어이 들으려하지 말 것이요 셋째, 나에게 관계없는 일을 기어이 간섭하지 말 것이요 넷째, 자녀에게 맡긴 후, 대우의 후박(厚薄)을 마음에 두지 말 것이요 다섯째, 젊은 시절을 생각하여 스스로 한탄하지 말 것이요 여섯째, 재산이나 자녀나 관계있는 일에 착심(着心)을 두지 말 것이요 일곱째, 과거나 현재에 원망스럽고 섭섭한 생각이 있으면 다 없앨 것이요 여덟째, 자기의 과거에 대한 시비(是非)에 끌리지 말 것이요 아홉째, 시시때때로 신앙(信仰)과 수행(修行)에 전념할 것이다.

평소 이 아홉가지 ‘휴양의 도’만 잘 실천하면 치매에 걸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치매에 걸리지 않고서 노년의 은은한 사랑의 등불을 밝혀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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