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은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지도자 뽑는 날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불통’(不通)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大選)이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선의 지도자는 어떠한 지도자일까?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말이 나온다.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이다. 자기의 뛰어난 지덕(智德)을 나타내지 않고 세속을 따름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불가(佛家)에서는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속인(俗人)과 인연을 맺는 일로 갖가지 몸으로 현시(顯示)하여 덕광(德光)을 나타내고 수많은 악인과 가깝게 지내 인연을 맺으나 악에 물들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화광동진이라는 말은 소통(疏通)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통으로 망했다면 새로운 대통령은 소통으로 일어서면 되지 않을까? 한 마디로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지도자는 권력이나 돈, 권위만으로는 안된다.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초인의 능력으로 “나를 따르라” 하는 영웅적 지도자가 아니다. 누구나 따르고 함께 할 수 있는 조화의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조화의 리더십이 한마디로 화광동진(和光同塵)이다. 자신의 우월감, 생각 등을 주위의 눈높이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도록 하라는 뜻이다.
전쟁터에서 장수(將帥)는 병사들 맨 뒤에서 돌격을 외치는 지도자가 아니다. 조직의 손발이 되어 조직원과 함께하면서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직접 선두에서 적의 배를 유인하여 명량대첩을 거둔 것과 같다.
새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필요한 것은 또 배려(配慮)가 있다. 배려는 바로 화광동진의 기본정신이다. 미국 링컨대통령의 배려에 관한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링컨은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맥클렌런 장군의 야전사령부를 방문하였다. 때마침 장군은 전장(戰場)에서 돌아오지 않아 링컨은 사령관실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한참 후 사령관실로 돌아온 장군은 대통령을 본체 만체 하고 그냥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얼마 후 부관이 나타나서 “장군께서는 너무 피곤해 그냥 잠자리에 드신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라고 전했다. 옆에 있던 국방장관은 링컨대통령에게 오만불손한 장군을 당장 직위 해제시켜야 한다고 흥분하였다.
그러나 링컨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장군은 우리가 이 전쟁을 이기는데 꼭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대통령이지만 장군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의 말고삐를 잡아주고 그의 군화도 닦아 줄 것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 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 링컨대통령이야말로 국가를 위해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장군에 대한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한 화광동진의 지도자가 아닌가 싶다.
빛 자체는 눈부셔서 쳐다볼 수 없다. 화광동진의 지도자는 눈부신 빛이 아니라 주위를 밝혀주는 빛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덕과 재능을 감추고 세속을 따르고 속인들과 어울리는 지도자의 모습이 바로 화광동진이다.
<도덕경> 56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 법이며, (아는 척)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이목구비를 막고 욕망의 문을 닫으며, 날카로운 기운을 꺾고 혼란함을 풀고, 지혜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니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친해질 수도 없고 소원해지지도 않으며, 이롭게 하지도 않고 해롭게도 하지 못하며,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 귀한 것이 된다.”
이렇게 지혜의 빛을 늦추고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는 것이 화광동진이다. 화광동진의 지도자는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 본체를 숨긴 채, 스스로 윤회의 굴레를 타고 인간계(人間界)에 태어나 중생들 속에 섞여 살면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뛰어난 덕성(德性)을 나타내지 않고, 자기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며, 국민과 소통하는 지도자를 모실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금방 실현되지 않을까 한다.
청나라의 정판교(鄭板橋, 1693~1765)라는 사람은 ‘난득호도’(難得糊塗)를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 난득호도라는 말은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면서 살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쓴 시(詩)에서 이렇게 읊었다.
총명해 보이기도 어렵지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어렵다./ 총명한데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일보 뒤로 물러나면/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
지도자는 조금 바보처럼 살며 베풀고 세상을 위하여 맨발로 뛰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