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경우

SNS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가짜뉴스로 전 세계가 어지럽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들이 이어지면서 선거철을 앞둔 유럽국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가짜뉴스 문제가 생겨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언급되는 인물은 정치인과 연예인 그리고 정치적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기업인·언론인 등으로 분석된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가짜뉴스와 관련한 직업별 인물 비중은 정치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연예인이나 기업가가 뒤를 따른다.

요즘 우리 국민들이 즐겨 시청하는 방송채널에서 ‘가짜뉴스’의 내용이 어떤 것이 있고, 그런 가짜뉴스에 절대로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보도한다. 거짓말이 판 치고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뉴스’라면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에게 가짜가 진짜로 둔갑해 버린 오늘이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실제 뉴스처럼 꾸며 대중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당파에 유리한 내용을 가짜뉴스로 제작한 뒤 SNS 등을 통해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정치선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가짜뉴스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매체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강렬한 제목을 사용하거나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기사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클릭을 유도하여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자신의 만족이나 흥미를 위해 가짜뉴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흥미를 위해 만든 가짜뉴스도 대중에 전파되면 파급력이 커진다. 이와 같이 일부 가짜뉴스는 특정 이슈에 관한 자신의 뜻을 드러내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경찰에 출석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신연희 구청장은 수백명이 참가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두 곳에서 가짜뉴스를 퍼나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현직 직선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위로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연희 구청장은 문재인 후보 비방 글 등이 확인된 것만 170개가 넘는다. 이뿐 아니라 신연희 구청장은 종합편성채녈 JTBC가 보도해 국정개입 사건의 스모킹건이 됐던 태블릿PC 보도에 대해서도 조작됐다는 가짜뉴스를 퍼 날랐다.

이와 같이 세상을 속이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 일이 잘못된 일임을 숨기며 자기들이 했던 일은 옳고 바르며 가장 정당하게 행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이런 판국에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가릴 수 있을까? 참으로 무엇이 진위(眞僞)인가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해 버린 상태다.

남을 속여야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자기 자신까지 기만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철저한 이기심, 이런 본능을 제어할 도덕적 가치가 없어져버린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불행하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쓴 ‘정헌 이가환 묘지명’(貞軒李家煥墓誌銘)에 이런 글이 나온다. “한두명의 음흉하고 사악한 사람들이 주둥아리를 놀려 10년 넘도록 유언비어로 선동하고 현혹시켜 정권을 쥔 사람들의 귀에 익도록 해놓았으니, 권력자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평소에 그들을 죽여야 한다고만 익히 알고 있다가 이때에 이르러 죽였을 뿐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즉 ‘가짜뉴스’로 계속 지껄여 상대방을 현혹시켜 끝내는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죽였던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 글은 다산 자신이 자기보다 더 천재이고 박학다식하다고 여겼던 학자 이가환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서 신자로 몰려 죽었던 억울한 사건을 설명했던 글의 한 대목이다.

이 가짜뉴스는 이가환의 참극에 그치지 않았다. 결국 다산 자신 또한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서도 가짜뉴스에 얽혀 끝내는 18년의 긴긴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200년이 지났으나 이가환과 다산의 억울함은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거짓은 그렇게 큰 화란을 일으켜 역사를 후퇴시키고 만다.

요즘 가짜뉴스를 양산해 내는 단체들이 SNS를 통해 퍼트리는 근거 없는 뉴스들은 또 어떤 큰 화란을 가져다 줄 것인지 참으로 한심스럽다. 거짓과 가짜의 장막을 벗기고 떳떳하고 광명한 세상이 오게 해야 한다. 그 일은 현명한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짜뉴스를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우리도 독일처럼 강력한 가짜뉴스 차단 법을 만들면 어떨까?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독일 내각이 소셜미디어에서 증오 글이나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입법 조처에 나섰다고 한다. 독일의 중도 좌우파 정당의 대연정 내각은 최근 법무부가 주도한 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가짜뉴스와 증오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소셜미디어 회사에 최고 5000만 유로, 즉 우리 돈으로 약 600억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이에 버금가는 가짜뉴스 차단법을 만들면 어느 정도 가짜뉴스의 폐해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짜뉴스가 선거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독일처럼 엄청난 벌금은 물릴 수 없더라도 가짜뉴스라고 의심되면 수사기관에 신고·제보하여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5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는 가짜뉴스로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없어졌으면 한다.

Leave a Reply